OCI-한미·오리온-레고켐 결합에 업계 들썩한화·CJ 등 바이오사업 도전했다가 포기일반 제조업과는 다른 R&D 특성 이해해야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대기업의 바이오사업 진출이 미래성장전략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연초부터 제약바이오업계가 OCI와 한미약품의 통합, 오리온의 레고켐바이오 인수로 들썩이고 있다. 

    삼성, SK, 롯데 등이 자체적으로 바이오사업에 뛰어든 것과 달리 기업간의 결합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들의 기대감이 여실히 드러난다.

    대기업의 제약바이오 진출은 꽤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아쉽게도 그 역사는 실패로 기억된다. 

    한화는 2004년 에이치팜, 2006년 한국메디텍제약을 인수하면서 드림파마로 사명을 변경했다. 당시 드림파마는 비만치료제 시장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었지만 2014년 미국 제약사 알보젠에 매각됐다. 

    CJ는 1984년 유풍제약, 2006년 한일약품을 인수하며 2014년 CJ제일제당에서 CJ헬스케어를 독립시켰다. CJ헬스케어는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의 상업화 단계를 목전에 두고 있었고 수액제 시장의 강자로 꼽혔지만 2018년 한국콜마에 매각됐다. 이후 사명을 HK이노엔으로 변경했다.

    나름대로 시장의 확고한 위치에서 차별화된 파이프라인을 보유했음에도 한화와 CJ가 바이오사업을 포기한 이유는 단순하다.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R&D 비용에 대한 부담감이다. 

    바이오를 단순 제조업으로 보면 안되는 것이 R&D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통상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데 10년 정도가 소요되고 투입되는 비용만 1조원에 이른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진입장벽도 높다.

    그럼에도 대기업들이 바이오를 눈독들이는 이유는 국내 신약개발의 수준이 글로벌에 견줄만큼 올라왔고 혁신신약 개발의 열매는 달콤하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인 미국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는 연매출만 약 27조원에 이른다. 잘 만든 신약 하나가 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만큼 파괴력을 지닌 셈이다. 

    CJ가 CJ헬스케어를 매각한 뒤 2021년 바이오기업 천랩을 인수해 CJ바이오사이언스를 출범시켜 다시 바이오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점은 그런 의미에서 시사점이 있다. '왜 바이오인가'가 아닌 '왜 바이오여야만 하는가'에 대한 해답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기업의 바이오사업 성공여부는 인내의 시간에 달려있다. 당장의 성과를 쫓다보면 빨리 지쳐버릴 수 밖에 없다. 바이오사업에 대한 진심을 그들은 증명해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