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판 체계 확산… 수익성·효율성 두마리 토끼 동시에셀트리온·GC녹십자 신약 美서 직판 체제 가동법인 설립 및 현지 제약사 인수 등으로 진출 확대
  • 글로벌 시장에 견줘볼만한 '메이드인코리아' 의약품을 내놓더라도 현지에서의 마케팅·영업 노하우가 부족했던 국내 기업들은 으레 현지파트너와 손을 잡았다. 하지만 이제는 'K바이오'가 브랜드가 되고 신약 개발의 성과가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오면서 '내가 낳은 신약을 내 손으로 키우는' 직접판매(직판) 체계가 확산되고 있다.

    직판은 수익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파트너사에 나눠줘야 했던 수수료를 아낄 수 있으니 동일한 가격이라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신약을 전담할 전문 인력 배치 등에도 더 투자할 수 있다. 수익성에 더해 효율성까지 잡는 셈이다.

    실제로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는 미국 내 직접 판매로 매출총이익이 90% 중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바이오팜은 미국 시장에서 직판 체계를 갖추고 자체 개발 신약을 판매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바이오 기업이다. 

    이를 바탕으로 SK바이오팜은 작년 연간 매출액이 3549억원으로 전년 대비 44.2%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371억원으로 적자폭을 줄였다. 

    올해 직판 체제로 본격적인 성과를 낼 기업으로는 셀트리온, GC녹십자가 꼽힌다. 셀트리온은 유럽, 미국 등에서 바이오시밀러의 직판 체제를 일찍이 가동했다. 유럽의 경우 전제품 직판이 이뤄지고 있고, 미국도 '베그젤마'와 '유플라이마'가 직판으로 진출했다. 

    최대 기대작인 '짐펜트라'도 미국 법인을 통해 직판할 예정이다. 짐펜트라는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의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으로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

    짐펜트라는 셀트리온이 미국 시장에서 신약으로 승인받은 첫 제품으로, 기존 바이오시밀러 대비 높은 판매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짐펜트라가 K바이오 신약 가운데 가장 먼저 블록버스터에 오를 제품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연매출 1조원 이상의 제품을 통상 블록버스터로 지칭한다.

    GC녹십자는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는데 곧바로 직판 체제를 통한 시장진입을 목표로 한다. GC녹십자는 하반기 미국 내 자회사인 GC Biopharma USA를 통해 시장에 알리글로를 출시할 예정이다.

    국산 혈액제제가 미국 시장 진입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혈액제제는 전 세계적으로 공급부족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데 GC녹십자는 면역글로불린 정제 공정에 독자적인 'CEX 크로마토그래피(양이온 교환 색층 분석법)'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제품의 안전성을 극대화했다. 

    신약만이 아니더라도 직판을 통한 선진시장 진출은 향후 중장기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 

    메디톡스는 액상 보툴리눔 톡신 제제 'MT10109L'의 미국 허가와 동시에 직판을 통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미국 현지 법인 루반타스를 설립했다. 루반타스의 최고영영자로는 앨러간 출신 토마스 올브라이트(Thomas Albright)를 영입했다. 

    현지 법인은 2025년 허가를 목표로 하는 MT10109L의 미국, 캐나다 등 현지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한다. 히알루론산 필러, 더마코스메틱 제품의 시장 진출도 맡을 예정이다.

    현지 제약사를 인수해 진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동아에스티, LG화학 등이 대표적이며 최근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젠 바이오시밀러 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한 초기 단계에서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잘 만든 신약의 경쟁력 만큼 직판 체계의 경쟁력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좌우할 핵심요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