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지방권 최대 그린벨트 규제 혁신 발표수직농장 설치 허용·자투리 농지 활용 등 농지 개혁올해 경제정책방향서 해당 내용 언급… '산지' 남아산림청 "관련 내용 준비 중"… 이용 규제 완화 전망작년 지정 15개 국가산단, '민간 투자 촉진 목적' 분석
  • ▲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울산에서 '다시 대한민국! 울산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열린 열세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그린벨트와 농지 이용 관련 규제 완화를 발표했다.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울산에서 '다시 대한민국! 울산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열린 열세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그린벨트와 농지 이용 관련 규제 완화를 발표했다. ⓒ뉴시스
    윤석열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GB)과 농지 등 입지규제 완화를 전날 발표한 가운데 그 배경에는 15개 신규 국가 첨단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밑그림'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울산에서 열린 열세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지역 전략사업의 경우 GB 해제 총량에 포함하지 않고 환경평가 1·2등급지 해제도 허용하는 등 규제 혁신에 나섰다.

    혁신 대상은 △부산 △울산 △창원 △대구 △광주 △대전 등 6개 지방 광역시 주변 GB로 면적은 2428㎢에 달한다. 이는 축구장 약 34만6857개 크기와 맞먹는다.

    이번 규제 완화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5월 이후 8년 9개월 만이며, 춘천·청주·전주 등 7개 중소도시권 GB를 전면 해제했던 2001~2003년 이후 20년 만이다.

    정부는 토지이용규제기본법에 등록된 모든 규제에 대한 일몰제도 도입하고 정기적으로 존속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불필요한 규제가 중첩된 경우 일괄 해제할 수 있도록 통합심의 절차를 마련하고 해당 법에 등록되지 않은 규제는 원칙적으로 신설을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농지와 관련해서는 건축물 형태의 수직농장 설치를 허용하고 3㏊ 이하 소규모 자투리 농지 정비도 나설 예정이다.

    정부는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오는 7월부터 수직농장의 타 용도 일시사용기간을 확대하고 일정 지역 내에서는 농지에 별도 제한 없이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이용 불편을 개선할 계획이다.

    농업진흥지역을 도로·택지·산단 등으로 개발한 이후 남은 자투리 농지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복지시설, 체육시설 또는 근처 산단의 편의시설 등으로 활용한다. 현재 전국에 자투리 농지는 여의도 면적의 72배에 달하는 2만1000㏊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부와 농식품부 등 관계부처는 이번 규제 완화 조치가 지역 투자기반 마련과 지역사회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규제 혁신은 정부가 앞서 밝힌 15개 국가 첨단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발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3월 정부는 용인에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전국에 15개 국가 첨단 산단을 새롭게 지정해 반도체·미래차·우주산업 등을 육성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반도체 340조 원 △디스플레이 62조 원 △이차전지 39조 원 △바이오 13조 원 △미래차 95조 원 △로봇 1조7000억 원 등 6대 첨단산업에 걸쳐 2026년까지 550조 원 규모의 민간 주도 투자를 유도할 방침이다.

    국가산단 후보지로 지정된 곳은 △경기 용인 △충남 천안 △충남 홍성 △충북 청주 △대전 유성 △전북 익산 △광주 광산 △전북 완주 △전남 고흥 △경남 창원 △대구 달성 △경북 경주 △경북 안동 △경북 울진 △강원 강릉 등이다. 이는 윤 정부 첫 국가산단 후보지 지정이다.

    정부는 올해 초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GB·농지 등 규제 완화를 통해 지역투자를 활성화하고 지역 소멸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추가로 산사태 등 산림재난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산지 이용규제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진행된 민생토론회를 통해 GB·농지 규제 완화는 재확인됐고 남은 건 산지다. 현행 산지관리법을 보면 국방·군사시설이나 국토보전시설, 도로·철도·석유·가스와 같은 공급시설 등 필수 국가 시설을 제외하고는 전용과 일시사용이 제한돼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지 규제 완화를 포함해 이용 합리화를 위한 과제를 발굴 중"이라며 "가닥이 잡힌 것도 있는데 관련 내용들이 준비되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지는 경사가 있다 보니 일반적인 토지와 다른 인허가 절차나 허가 기준 등이 있다"며 "현재 제한되고 있는 규제들을 완화하고 지역 소멸위기 등에 대응하는 것들이 (발표 내용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전공 명예교수는 "이번 GB·농지 규제 완화는 국토선진화 차원에서 긍정적인 정책"이라며 "산지의 경우 경사가 심한 곳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완만하거나 평지에 가까운 곳도 있는데 이런 곳들은 규제를 개선해 개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연환경보전법상 명시된 생태계보전부담금 제도를 통해 개발로 인한 이익으로 다른 공간에 나무를 심거나 공원을 만드는 등 산림이 파괴되는 것을 상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방법론적으로 구획을 결정함에 있어서 하천의 흐름 등을 고려해 적절히 개발한다면 규제는 완화하는 것이 맞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