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출생아수 23만명 '최저'…학령인구·생산가능인력 부족 빨간불치솟는 집값 문제점… 500만원이던 3.3㎡ 분양가 4000만원 육박과한 교육비도 애 낳는데 걸림돌… 2022년 25조원 7년새 46%↑양질의 일자리도 부족…"국가 대개조 수준의 획기적 대책 시급"
  •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이 사상 처음으로 0.6명대까지 추락했다. 지난 2018년 0.98로 심리적 마지노선(1.0명)이 붕괴한 지 6년 만인 올해는 연간 합계출산율도 0.7명대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인구 감소 대책으로 18년간 380조 원의 막대한 혈세를 쏟아부었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된 셈이다. 이에 뉴데일리는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와 학령인구 감소, 경제활동 위축, 국민연금 기금 고갈과 그에 따른 미래 세대의 부담 증가, 의료·주거 문제 등 인구 절벽 사태를 헤쳐 나가기 위해 시급히 준비해야 할 사안들에 대해 긴급 진단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註>
  • ▲ 김천의료원 신생아실.ⓒ뉴시스
    ▲ 김천의료원 신생아실.ⓒ뉴시스
    지난해 여성 한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이 0.72명까지 떨어졌다. 지난 4분기 기준으론 0.6명대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나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전년(0.78명)보다 0.06명 줄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6명대(0.65명)로 추락한 것이 연간 합계출산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됐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 명으로 전년보다 1만9200명(7.7%) 감소해 8년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10년 전인 2013년 출생아 수(43만6455명)의 53%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합계출산율 평균(1.58명)에 절반도 못 미친다.

    통계청 장례인구추계에 따르면 2041년에 국내 인구는 4000만명대로 내려앉고, 2070년 국내 인구는 3000만명대에 그칠 것으로 봤다. 

    저출생에 따른 인구 위기와 지방소멸 등 사회·경제적 문제는 간단치가 않다. 

    저출생 문제에서 비롯된 인구 자연감소 현상은 단순히 인구증감을 떠나 학령인구와 경제활동 인구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기에 중요하다. 당장 올해 초등 입학생이 제로인 학교가 157곳에 달한 것은 단적인 예다. 

    ◇높은 집값·교육비·일자리 부족…모두 저출생과 연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 부모급여 지급, 신혼부부 주거공급 및 자금지원 확대, 아동 수당과 영·유아보육료 지원 확대, 늘봄학교 운영 등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출산율 하락 추세를 반등시키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택 가격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녀를 키우기는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3.3㎡당) 추이를 보면 2000년 504만원 수준에서 2010년 974만원으로 올랐고, 작년 기준으로 1806만원을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지난달 기준으로 3.3㎡당 3714원으로 지방보다 2배 수준으로 높고 특히 서울 강남권은 3.3㎡당 최고 1억5800만원 아파트까지 등장하는 등 내집 마련이 쉽지 않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것도 출생률 저하와 연관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7일 발간한 'KDI FOCUS-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 보고서는 급여, 복지 수준이 좋은 대기업 일자리가 적다 보니 과도한 입시 경쟁이 일어나고 저출산 문제로 확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를 집필한 고영선 KDI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대기업 일자리 비율은 14%로 OECD 최하위 수준이고 육아휴직, 출산휴가를 쓰기 힘든 중소기업, 소규모 사업체에 다니는 근로자가 많다보니 저출산 문제가 심화한다"고 짚었다. 

    설상가상 교육 경쟁마저 점점 치열해지면서 과도한 교육비 부담은 자녀를 낳는 데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2년 사교육비 총액은 25조9538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 17조8346억 원과 비교하면 7년 만에 46%쯤 오른 수치다.

    최근 영국 공영 방송 BBC가 '왜 한국 여성들은 아이를 가지지 않는가 (Why South Korean women aren't having babies)'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의 과도한 교육비 문제를 짚는 등 외신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학령인구 부족에 문닫는 지방대, 군입대 인원 축소에 안보 문제도

    이렇다보니 결혼·출산, 취업, 내집마련을 꺼리는 현상이 확산하고 인구가 줄면서 학령인구가 줄고 경제 활동을 하는 노동력도 점점 줄어드는 심각한 사회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젊은층은 줄고 노인은 많아지는 고령화 현상에 부양 비용 증가 문제도 심각하다. 당장 국민연금 기금 고갈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는 등 저출생이 미래 세대에 큰 짐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얘기다.

    신입생이 없어 경영난에 허덕이며 문닫는 지방 대학들도 속출할 수 있다. 벌써부터 추가모집까지 안간힘을 쓰고서도 끝내 정원을 채우지 못한 지방 대학들이 다수 나타나고 있다. 

    군입대 인원 감소로 안보 문제도 심각해질 수 있다. 국방백서에선 2012년 63만명 수준이던 국군 수가 점차 줄면서 2040년에는 16만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국가 대개조에 버금가는 획기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며, 소멸 위기를 넘는 국가혁신을 통해 재도약을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저출생 문제로 인한 사회, 경제적 부작용은 점점 가속화할 것"이라며 "확장의 변화가 아닌 축소의 변화이기 때문에 상당히 고통스러운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