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담금 폭탄 등 실익 가능성↓…헐값매각 집주인 '부쩍'남산타운 84㎡, 리모델링 침체속 15.9억→10억500만원사업비 1.5조·4397가구 '우·극·신' 2.5억~3.6억씩 하락 '평촌1호' 목련2, 5억 분담금에 '화들짝'…반대여론 확산
  • ▲ 서울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사진=박정환 기자
    ▲ 서울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사진=박정환 기자
    리모델링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대장주 아파트마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규제 진입장벽과 분담금 부담 등을 감수하고 건축물을 수선하더라도 예상치 만큼 시세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 서울 신당동 '남산타운'을 비롯한 리모델링 대어들도 억대 하락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정부 정책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리모델링 사업지들이 줄이탈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남산타운 전용 84㎡ 매물은 지난달 10억500만원에 거래됐다. 2022년 9월 기록한 최고가 15억9000만원대비 5억8500만원 빠진 액수다. 남산타운은 5150가구 규모에 트리플역세권을 갖춰 리모델링 대어중 하나로 꼽힌다.

    해당매물 호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11억원대 중후반을 유지하다가 리모델링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1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남산타운은 2000가구에 이르는 임대세대와 언덕입지, 사업성 저하 등 요인이 겹쳐 아직 조합설립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작구 사당동 '우·극·신(우성2·3차, 극동, 신동아4차)'에서도 하락세가 포착됐다.

    우성2차 84㎡ 매물은 지난 1월 12억500만원에 거래돼 2022년 5월 최고가인 14억6000만원보다 2억5500만원 떨어졌고 신동아4차 118㎡ 거래가격은 2022년 5월 16억원에서 지난 1월 12억4000만원으로 3억6000만원 하락했다.

    우극신은 우성2·3차와 극동, 신동아4차를 합쳐 총 4397가구 초대형단지로 사업비만 1조5000억원에 달해 건설업계 이목이 집중됐다.

    우성2·3차와 극동은 조합설립에 이어 시공사선정을 준비중이며 신동아4차는 별도로 조합설립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인근 개업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단지주민들 사이에서 '이럴거면 왜 리모델링을 하느냐'는 반대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리모델링이 완료돼도 분담금 등으로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헐값에 집을 내놓으려는 집주인이 부쩍 늘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신이나 극동·우성2·우성3 리모델링조합장은 "서울 부동산시장 전반이 하락세이고 지역내 다른 신축단지들이 30% 가까이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우극' 단지는 신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방어가 잘 되고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엎친데 덮친격으로 최근 평촌신도시 1호 리모델링 사업지인 안양시 호계동 '목련마을2단지 대우선경아파트'가 최대 5억원에 이르는 분담금 폭탄을 맞으면서 시장분위기가 더욱 식었다.

    비교적 사업이 순항중인 단지도 가격하락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연초 서울시 리모델링 사전자문을 통과한 고덕아남 71㎥는 지난달 8억5700만원에 손바뀜됐다. 2022년 4월 최고가인 11억6000만원보다 3억300만원 빠진 액수다.

    리모델링시장 위축과 사업성 저하, 추진단지 가격하락 등 악순환이 반복되자 서울시리모델링주택조합협의회(서리협)는 최근 대통령비서실에 '공동주택 리모델링사업 관련 대통령공약 이행촉구 및 면담요청 건의' 공문을 발송했다.

    서리협 측은 "윤석열 대통령은 공약사항으로 리모델링추진법 제정과 민간참여 확대, 수직·수평증축 기준 정비라는 혁신적인 방안을 제시했지만 아직 공약이 이행됐거나 진행중이라는 소식을 접할 수 없다"며 "협의회의 구성원들을 비롯한 공동주택 리모델링을 원하는 국민들은 불안한 마음"이라고 지적했다.

    리모델링 재건축추진위 한 관계자는 "리모델링 추진단지들은 용적률 등 문제로 불가피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라 무턱대로 재건축으로 갈아탈수도 없다"며 "특히 재건축도 최근 분담금 이슈로 사업이 정체된 곳이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태라면 상반기를 기점으로 리모델링 사업지들의 이탈이 빈번해질 수 있다"며 "리모델링도 하나의 도시정비영역인 만큼 재건축과 동일한 정책 안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시장이 위축됐다고는 하지만 당장 리모델링 관련 조직을 축소하거나 수주전략을 바꿀 계획은 없다"며 "용적률 등 문제로 리모델링이 불가피한 곳이 적잖아 수요는 계속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다만 추후 재건축 못잖게 공사비 갈등이나 사업성 저하 이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일단 기수주한 단지에서 정상적으로 착공에 들어가는 게 목표"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