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1기신도시 최대수혜지 지목 안전진단 면제·선도지구 지정·용적률 상향 등 혜택 집중용적률 200% 리모델링 추진단지 비상…'이탈·갈등' 우려
  • ▲ 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 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침체됐던 1기신도시 주택시장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 '안전진단 면제'를 골자로 한 규제완화로 노후아파트 재건축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은 까닭이다. 반대로 재건축 대안으로 주목받던 리모델링사업은 급격한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각에선 리모델링 추진단지 이탈과 사업방식 변경을 둘러싼 소유주간 갈등 등 시장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안양시 평촌 △안산시 산본 △부천시 중동 등 1기신도시는 이번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준공 30년경과 아파트 안전진단 면제외 선도지구 지정, 용적률 상향 등 혜택이 집중돼 재건축사업 추진 진입장벽이 현저하게 낮아졌다.

    특히 현정부 임기내 착공, 2030년 첫입주로 시기를 명시해 확실한 재건축 지원 시그널을 준 것이 이번 방안 특징이다.

    1기신도시 일대 시장에서도 재건축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산 한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그동안 1기신도시 특별법 등 재건축 관련 정부정책은 꾸준히 제시됐지만 소유주와 조합에 직접적인 사업추진 시그널을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선도지구 우선지원을 위한 단지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산서구 E개업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소유주들 사이에서 '새해 공급정책은 뭔가 다르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시장상황만 좀 나아진다는 가정 아래 하반기부터 재건축단지들이 본격적인 추진작업에 나설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올 하반기 이들 신도시에서 재건축을 가장 먼저 추진할 선도지구를 각각 1곳이상 지정한다. 내년중 선도지구에 대한 특별정비계획을 수립해 본격적인 재건축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1기신도시 주거지역 평균용적률도 100%p내외로 상향한다.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바꾸면 용적률 최대 500%를 적용받을 수 있다.

    현재 도시별 평균 용적률은 △분당 184% △일산 169% △평촌 204% △산본 205% △중동 226%다.

    재건축 사업성을 가르는 기준은 용적률 200%다. 즉 용적률이 200%에 가깝거나 넘으면 늘릴 수 있는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 ▲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전경. ⓒ연합뉴스
    ▲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전경. ⓒ연합뉴스
    정부 정책지원이 재건축에 집중되면서 리모델링 추진단지들은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리모델링은 재건축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시장규모가 빠르게 확장됐다. 재건축보다 사업성은 떨어지지만 '규제 허들'이 낮아 빠른 사업추진이 가능했다.

    1기신도시 경우 용적률 200%이상인 단지가 많아 재건축을 추진하다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는 단지가 급증했다.

    특히 평촌은 전체 아파트단지 54곳중 26곳이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등 시장이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 규제완화 정책이 재건축으로 쏠렸고 반대로 리모델링은 안전진단 추가, 내력벽철거 불가 등 규제가 지속되면서 메리트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이번 1·10대책은 시들어가던 리모델링시장에 치명적인 '대못'을 박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평촌 리모델링 추진위 관계자는 "이 정도면 그냥 리모델링을 하지 말라는 것 아닌가"라며 "한때 리모델링에 힘을 실어준다고 했다가 다시 재건축에 올인하는 오락가락 정책이 시장혼란만 가중시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작년 하반기부터 더 늦기 전에 재건축으로 갈아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가뜩이나 시장상황도 좋지 않아 리모델링 추진단지 이탈이나 소유주간 갈등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산 리모델링 추진위 관계자는 "이러다 시공사 찾기도 어려워질 것 같다"며 "불가피하게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도 많다는 점을 정부가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일반분양을 통해 공급량을 한번에 늘릴 수 있는 재건축이 정부 입맛에 맞지 않겠나"라며 "물론 단지특성에 따라 리모델링 수요도 분명 있겠지만 도시정비시장내 파이가 줄어드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정부정책 파급력이 예상보다 미미할 것이라는 부정론도 적잖다. 고금리 등 시장 외부변수가 여전해 공격적인 재건축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풀 수 있는 규제는 모두 풀었지만 문제는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이 지속중이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건설경기도 더욱 침체됐다는 것"이라며 "하반기 금리인하 시점에 맞춰 재건축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추가완화 등 후속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재건축 진입문턱 완화로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 선호현상이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재건축은 리모델링보다 자원 및 사회적비용 낭비가 커 시민·환경단체 비판여론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