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안 국회 문턱 통과…'대항마' 리모델링 위축 불가피서울 강남권·1기 신도시서 리모델링 철회 노후 단지 증가세수평증축 안전진단 강화에 발목…"법안 파급력 미미" 주장도
  • ▲ 아파트 재건축 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재건축 현장. ⓒ뉴데일리DB
    아파트 리모델링시장이 다시 한번 위기를 맞았다.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법안'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통과하면서다.

    정부의 정책 지원으로 재건축이 더욱 탄력을 받으면서 '대항마'로 꼽혀온 리모델링은 급격한 시장 위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전날 두 법안이 모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소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재건축 시장에 화색이 돌고 있다.

    특히 일산, 평촌 등 1기신도시 노후단지에서는 도시정비사업 무게추가 재건축으로 급격히 기울 가능성도 점쳐진다.

    '1기신도시 특별법'으로 불리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노후계획도시를 대상으로 200%인 용적률 상한을 최대 500%까지 높이고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이 골자다.

    적용 대상은 택지 조성사업 완료 후 20년이 넘은 100만㎡ 이상 택지로 확정됐다. 분당, 일산, 평촌 등 1기신도시와 서울 노원구 상계동, 양천구 목동 등이 적용 대상이다. 지방에서는 부산 해운대구와 대전 둔산동, 인천 연수구 등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1기신도시 노후단지들은 높은 용적률 탓에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지역별 평균 용적률은 △중동 226% △산본 205% △평촌 204% △분당 184% △일산 169% 등이다.

    용적률은 재건축 사업성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200%가 넘으면 사실상 재건축 추진이 어렵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리모델링이 부상했다. 다만 리모델링 경우 일반분양 증가분이 많지 않아 재건축보다 사업성이 떨어진다.

    이런 가운데 특별법 시행으로 용적률 기준이 상향되고 안전진단까지 수월해지면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선택할 메리트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재건축 '마지막 대못'으로 꼽혀온 재초환의 완화는 리모델링 시장에 결정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완화안은 부담금을 부과하는 초과이익 기준을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올리고 1주택 장기보유자 등 실수요자 혜택을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부과율이 결정되는 부과 구간 단위는 현행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됐다.

    뿐만 아니라 재건축 아파트를 20년 이상 장기 보유한 집주인은 부담금의 최대 70%를 감면받을 수 있다.
  • ▲ 일산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 일산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정비업계에서는 두 법안의 국회 통과로 리모델링 시장 위축세가 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1기신도시와 서울 강남권에서는 리모델링을 추진했다가 다시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평촌에서는 리모델링을 추진했던 △은하수마을 청구 △샘마을대우 △한양 등이 사업 철회를 선언했다. 이미 리모델링 조합 설립과 시공사 선정까지 마친 일산 문촌마을 16단지, 강선마을 14단지 등에서도 재건축 추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리모델링 시장은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공사비 인상에 따른 사업성 저하로 리모델링 철회 단지가 잇따르는 가운데 서울시가 수평증축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시는 최근 수평증축 리모델링도 필로티와 최상층 증축을 동반할 경우 수직증축과 동일한 안정성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지침을 각 구청에 하달했다. 시 지침이 현실화하면 조합들은 설계를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비용 및 조합원 부담 상승, 사업기간 지연 등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규제 강화 조치가 1기신도시 등 수도권 리모델링 시장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평촌의 한 리모델링 추진위 관계자는 "부실공사, 안전 이슈와 맞물리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서울처럼 리모델링 관련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며 "현시점에서 안전진단 강화 등 규제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리모델링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 등으로 시장 자체가 얼어붙은 상황이라서 법안 통과만으로 재건축 추진 단지가 늘거나, 리모델링 시장이 쪼그라드는 등 급격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현재 사업성 측면에서는 재건축이 리모델링에 비교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시공사든, 정비사업 조합이든 장기적인 관점의 전략 설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초환이 완화되더라도 추가분담금에 재초환이 더해지는 것이므로 법안 통과만으로 재건축이 탄력을 받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공급 확대를 위해 재초환은 폐지까지 검토하는 게 적절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