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만에 회장·부회장 직제 신설'기업 사유화' 반발에도 주주 95% 찬성글로벌 수준 인재영입으로 시너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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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한양행
    유한양행의 기업정신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내부인만의 것이 아니다. 자수성가한 오너의 경영 승계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업계의 보수적 성향과 달리 유한양행은 경영과 소유를 철저히 분리해 '주인 없는 회사'로 명맥을 이어왔다. 주인이 없기 때문에 임직원 하나하나가 주인의식을 갖고 '유한맨'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문화가 형성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유한양행이라 가능했던 체계와 문화는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정신만으로 모든 설명이 가능하다. 그리고 유한양행은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업이 됐다.

    유한양행이 28년만에 회장·부회장 직제를 신설하면서 변화를 시도한다. 지금까지 유한양행에서 회장 직을 맡은 인물은 유일한 박사와 최측근인 연만희 전 고문 뿐이다. 

    '기업은 사회의 것'이라는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이어온 임직원들이기에 일부는 반발이 거셌다. 기업을 사유화하려는 시도란 이유에서다.  미국에 거주 중인 유일한 박사의 하나뿐인 직계 손녀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까지 주주총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우려감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주주들은 변화를 선택한 경영진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15일 열린 주총에 참석한 주주 68% 가운데 95%가 정관 변경 안건에 찬성했다. 회장·부회장 직 부활의 명분은 '글로벌'과 직결된다. 유한양행은 2026년 글로벌 50대 제약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에 걸맞는 직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외부인재 영입을 원활히 하기 위한 직급 체계의 마련이다. 

    실제로 유한양행은 지난해에만 김열홍 연구·개발(R&D) 전담 사장, 이영미 R&BD 본부장(부사장) 등 굵직한 인재를 영입했다. 유독 순혈주의가 강했던 유한양행에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특히 R&D 부문에 적극적인 인재 영입으로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제 2, 제 3의 렉라자'를 완성시키기 위한 지름길을 찾는 셈이다. 

    외부인재 영입은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중장기 사업전략의 지속성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이를 설계하고 추진력을 더하려면 글로벌 수준에 맞는 인재들의 시너지가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경영진이 약속한대로 '사심없는'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유한양행의 사유화를 막고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지키려는 것은 비단 임직원들만도, 주주들만도 아닌 국민들의 바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회장 직에 어떤 인물이 오를지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언젠간 유한양행 회장에 글로벌 리더가 올라 해외 파트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