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강 대치 국면 속 숨진 희생자상급종합병원서 중증환자 우선원칙 무산醫政 모두 '환자 살리기'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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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공의가 병원을 이탈한 지 한 달이 넘었고 의대 교수들도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며 진료 축소를 결정했다. 그간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의료대란으로 인한 사망자는 존재했다.

    27일 A씨는 뉴데일리를 통해 "어머니가 병원에서 쫓겨나 대기 중에 돌아가셨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미 보건복지부에 피해신고를 한 상황이며 언론을 통해 특정병원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아니니 명칭을 공개하진 말아달라 요청했다. 

    인터뷰에 응한 것은 본인의 어머니와 같은 사례가 다시 나오면 안 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그는 모친의 장례를 치른 다음 날 힘겹게 얘기를 꺼냈다. 

    A씨는 "모친은 만성신부전을 앓았고 투석 5년차 환자였다. 당뇨 합병증까지 겹치니 모든 장기가 취약해졌고 삶을 유지하기 위해 병원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는 "의료대란 상황에서 먼저 대응해야 하는 중증 환자다. 적어도 의료체계는 이런 환자에게 불편함이 없이 작동돼야 했다. 50대 중반인 어머니가 급작스럽게 사망에 이른 것은 인력난 때문이라고 하면서도 '진료거부'는 아니라고 하니 억울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19일 전라도 지역 상급종합병원 중 한 곳에서 중증 환자인 A씨 모친의 수혈을 거부했다. 당뇨합병증까지 앓고 있어 입원 후 대응을 원했지만 2차 병원으로 이동하라고 얘기를 들었다. 그 이상의 대처는 없었다. 회송을 보낸 것도 아니었다. 결국 3일간 대기하다 나흘째 사망에 이르렀다.

    A씨는 "투석환자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지기에 기본 처치인 수혈은 기본 매뉴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인력이 부족해 이를 못 하겠다고 했다. 이게 의료대란 탓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병원서 쫓겨난 환자들이 안정적 전달체계 내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느꼈다"며 "어머니도 정상적 의료체계였다면 충분히 살아계셨을 텐데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며 눈물을 훔쳤다. 

    뒤늦게 의정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봉합의 문이 열리는가 싶다가도 중단되기를 반복하고 있다. 예견된 환자의 죽음을 글과 말로 언급했던 일부 의사들은 '정책 때문'이라며 탓을 돌리고 있다. 물론 정부도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일단 양측 모두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는 방법부터 모색해야 한다. 대치 국면을 풀어야 하는 이유다. 전제 조건은 '전공의 복귀'다. 

    전국 교수들의 사직서는 아직 정책에 반대하려는 상징적 의미가 크기 때문에 전공의 복귀가 선제적으로 이뤄지면 순차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 무의미한 대화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더 이상 지체하면 탈출구는 없다. 의대증원의 수치는 환자 곁을 떠난 의사들의 명분이 될 수 없다. 

    A씨는 "당장 대치 국면을 풀어야 한다. 어머니의 사례를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하루 속히 의료체계가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