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상급종합병원서 수혈 거부, 말기신부전 환자 끝내 사망병원 측 "전혀 잘못한 부분 없어"… 전북도 역시 동일 판단유가족 전한 메시지는 '사태 봉합'이었는데… 탓 돌리기 급급내시경 할 사람 없다며 쫓겨났는데 '의료대란' 아니라고 해명
  • ▲ 해당 사건과 관계 없는 타 병원 응급실 사진. ⓒ서성진 기자
    ▲ 해당 사건과 관계 없는 타 병원 응급실 사진. ⓒ서성진 기자
    말기신부전 투석환자가 전북지역 상급종합병원에서 거부 당해 나흘째 되는 날 사망했다. 그런데도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병원과 지자체의 안일한 대처가 중증 환자의 공포를 키우고 있다. 

    지난 27일 뉴데일리의 <[단독] "의료대란 탓에 모친 사망, 누가 책임을 지겠습니까"> 제하의 보도를 통해 사망자의 아들인 A씨는 "모친과 같은 사례가 더 나오지 않도록 중증 환자를 방치하지 말고 하루속히 의정갈등 사태를 봉합해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기사에서 병원 명칭을 빼고 세부 사항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본래의 취지였던 '의료대란 경각심'만 알리자는 A씨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중증환자연합회는 일련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비판의 성명을 냈다. 

    그러나 전북 소재 상급종합병원은 "의료대처 과정에서 전혀 잘못한 부분이 없고 왜곡된 사실만 보도됐다"며 "지자체로부터 조사를 받고 문제가 없음을 파악됐다. 전북도 차원에서 사실관계를 바로 잡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실제 전북도는 이날 2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원인 파악을 위해 검사 후 처치나 단순 수혈은 2차 병원에 하라고 안내했으므로 의료대란과 상관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데도 유가족의 의견은 듣지 않았고 이대로 사안을 종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 ▲ 전북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방문을 위해 작성된 의뢰서. ⓒ제보사진
    ▲ 전북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방문을 위해 작성된 의뢰서. ⓒ제보사진
    ◆ 중증 환자 '두피 외상·수혈치료' 거부… 내시경 인력도 없었다 

    먼저 상급종합병원에서 거부당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사망한 환자를 경증 환자로 여겼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 3차 의료기관은 지역 내 중증 환자의 최종 보루로 작동해야 했다. 

    A씨의 모친은 말기신부전 투석환자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 상위 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를 마치도록 대처를 했다. 지난 19일 요양병원은 A씨 모친의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이송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요양병원이 작성한 의뢰요청서에는 '만성 신장병(5기), 원발성 고혈압, 합병증을 동반한 2형 당뇨병, 늑골 골절, 청력소실, 상세불명의 통증. 불면증' 등 다수의 상병명이 명시됐다.

    진료 소견은 "주 3회 투석환자로 3월 12일 낙상 후 봉합을 했으나 상처를 뜯어내 성형외과적 치료가 필요하다. 평소에도 빈혈이 있었지만 낙상 후 출혈이 있었고 헤모글로빈 수치가 6.2로 떨어져 수혈치료를 요구한다"고 작성했다. 

    해당 의뢰서를 기반으로 A씨의 모친은 응급실에 이송됐다. 그러나 두피 외상에 대한 성형외과적 치료는 거부당했다. 수혈도 받지 못했다. 수혈에 앞서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검사 인력이 없다고 했다.

    진료의뢰서가 있던 중증 환자의 응급실 이송 요청이 있었던 것인데 2차 병원으로 가라는 안내만 전달한 셈이다. A씨는 "내시경 의사가 없으니 타 병원으로 갔다가 거기서도 없다면 다시 오라"고 전달받았다고 했다. 심각했던 환자의 상태와 달리 경증 환자로 치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두피 손상으로 인한 출혈이 있다고 했는데 내시경 검사를 요구했고 인력이 없어 수혈을 못했다는 점에 의문이 남는다. 

    이와 관련 한 신장내과 전문의는 "투석환자에게 위장관계 출혈은 비일비재한 상황으로 의료진 판단으로 내시경 검사를 요구할 수는 있겠다. 그런데 이 인력도 없다는 것이 의아한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환자의 상황이 심각하다면 CRRT(Continuous Renal Replacement Therapy, 지속적 신대체 요법)를 돌리는 등 배후진료까지 이어져야 하는데 이를 수행할 공간과 인력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는 상급종합병원이 처한 의료공백으로 중증 환자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해당 병원이 직접 2차 협력병원에 확인해 환자를 보내도 되는지 회송 여부를 확인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국 A씨의 모친은 반나절 만에 다시 요양병원으로 복귀했고 수혈 등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숨졌다. 

    A씨는 "의료대란의 피해자인 어머니의 상황을 알려 이러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며 인터뷰에 응했다. 그런데 해당 상급종합병원과 전북도의 대처는 오히려 심각한 상처를 남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태에 비판을 의견을 냈던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역시 "전북도가 중증 환자의 안전이 아니라 병원의 편을 들면서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는 것에 분노한다"며 "중증 환자는 그냥 사망해야 한다는 의미냐"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