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위의 나라 뉴질랜드, 3~4월은 초가을 키위 수확의 계절뉴질랜드 제스프리 키위농장 “기준 못맞추면 수확이 금지돼”‘양보다 질’ 품질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전지, 적과 작업
  • ▲ 뉴질랜드 테푸케 제프 로데릭 농장에 열린 키위.ⓒ강필성 기자
    ▲ 뉴질랜드 테푸케 제프 로데릭 농장에 열린 키위.ⓒ강필성 기자
    “우리는 뉴질랜드 사람을 ‘키위’라고 불러요.”

    뉴질랜드 키위 브랜드 제스프리 관계자의 말이다. 뉴질랜드의 ‘키위’ 사랑은 그야말로 진심이다. ‘김치’를 사랑하는 한국인이라고 해도 사람을 ‘김치’라고 부르면 멱살을 잡히기 일쑤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열차 ‘키위 레일’이 달리고 관광버스에는 ‘키위 투어’라는 브랜드가 붙어있다. ‘키위 은행’도 있다. 

    사실 키위는 원래 뉴질랜드에만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새, 키위를 일컫는다. 과일 키위는 원래 차이니즈 구즈베리(Chinese gooseberry)로 불렸지만 뉴질랜드에서 본격적인 재배가 이뤄지면서 이 키위의 이름을 붙이게 됐다. 그야말로 뉴질랜드를 대표하고 가장 사랑받는 과일이 된 것이다.

    뉴질랜드 국민 과일 키위가 만들어지는 농가를 지난 3월 6일 직접 찾아봤다.

    뉴질랜드 테푸케(Te Puke) 지역에 위치한 제프 로데릭(Jeff Roderick)의 농장은 제스프리에서도 유명한 곳이다. 43년간 키위를 재배하면서 제스프리 키위 중에서도 가장 고품질 유기농 키위를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키위 농장 면적만 17헥타르(ha). 평균 키위 농장의 면적이 3.5ha인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대농장이다.
  • 로데릭 키위농장은 외관부터 웅장하다. 바람을 막기 위해 빼곡하게 심어둔 10m 높이의 방풍림이 키위농장을 둘러싸고 있다. 키위가 바람에 서로 부딪치면 상처가 생기기 때문에 품질 등급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친환경적 재배법이다.

    키위 농장 안으로 들어가자 머리 높이에 넝쿨처럼 이어진 키위의 가지가 포도송이처럼 빼곡한 키위를 달고 있었다. 

    농장을 방문한 3월은 한국에선 아직 겨울의 한기가 가시지 않은 초봄이지만 남반구인 뉴질랜드는 아직 가시지 않은 여름의 냄새가 풍기는 계절이다. 

    이곳에는 기존 ‘그린키위’ 외에도 ‘썬골드키위’와 제스프리의 신품종 ‘루비레드키위’도 재배하고 있다. ‘루비레드키위’의 경우 출하시기는 4월 초다. 다른 두 품종보다 수확시기가 빠르다. 로데릭 농장주도 이르면 다음주부터 수확을 시작한다고 한다. 아직은 충분히 익지 않았기 때문에 먹었을 때 아삭한 신맛이 강했다. 충분히 숙성되고 나면 ‘루비레드키위’에서는 달콤한 베리향이 난다고 한다.

  • ▲ 아직 다 익지 않은 루비레드키위. 선명한 붉은 색이 인상적이다.ⓒ강필성 기자
    ▲ 아직 다 익지 않은 루비레드키위. 선명한 붉은 색이 인상적이다.ⓒ강필성 기자
    로데릭 농장주는 “고품질의 상품을 재배하면 합리적인 공급가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어 지속 가능한 농가 운영이 가능한 구조”라며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많이 소비해야 농가 운영이 유지될 수 있어, 농가들도 소비자의 입맛과 수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재배한다”고 말했다.

    로데릭은 설명하는 내내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크기가 기준에 못 미치거나 상처난 키위를 미리 따서 남은 과일에 당도를 높이기 위한 적과작업이다. 일조량을 골고루 돌아가게 하기 위해 나뭇가지를 제거해주는 전지작업도 쉴 새 없이 이뤄졌다. 

    그는 “우리의 경쟁자는 사과나 다른 과일이 아니라 품질”이라며 “수확을 위해서는 ‘힐 연구소’에서 테스트 및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당도 등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아예 수확할 수 없다”고 말했다.
  • ▲ 제프 로데릭(Jeff Roderick)의 농장주가 키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강필성 기자
    ▲ 제프 로데릭(Jeff Roderick)의 농장주가 키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강필성 기자
    이틑날 방문한 데비 푸시너(Debbie Puchner) 농장도 긴 방품림 속에 빼곡한 키위 밭이 인상적이었다. 2003년부터 농가를 운영해온 그는 현재 제스프리의 엠버서더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푸시너의 농장에서는 인공호수가 있는 것이 특징. 이 호수는 서리를 막기 위해 기온이 일정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키위에 분부되는 수자원의 역할을 한다. 

    푸시너 농장주는 “2004년 서리로 인근 농가가 피해를 입은 이후로 5개 농가가 연합해 강줄기를 끌어서 만들었다”며 “지금은 적과 작업이 한창으로 틈 날 때마다 막바지 당도를 올리기 위해 키위를 따야한다”고 말했다. 

    실제 푸시너 농장의 바닥에는 수많은 키위가 떨어져있었다. 모두 적과의 과정이다. 

    그는 “과실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품질이 더 중요하다”며 “적과 없이 모두 납품하더라도 제스프리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키위는 모두 버려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인건비와 운송비용의 손해가 된다”고 설명했다.
  • ▲ 데비 푸시너 농장주가 적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강필성 기자
    ▲ 데비 푸시너 농장주가 적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강필성 기자
    키위 농장의 모든 과정은 생산량 이상으로 품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실제 제스프리는 까다로운 검수과정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농장이 키위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재스프리와 협업 관계인 힐연구소로부터 다양한 샘플 검사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무게와 경도, 컬러 체크부터 완전히 건조시켜 무게로 당도를 측정하는 건물중(乾物重)에서 하나라도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아예 수확이 금지된다.

    기준을 통과하더라도 거쳐야 하는 난관은 많다. 키위를 포장하는 ‘팩하우스’에서도 매번 공정마다 검수작업이 이뤄진다. 육안은 물론이고 적외선 카메라를 통한 검수 과정에서 과일의 상처나 크기게 다르면 키위 등급이 떨어진다고 한다.

    제스프리 관계자는 “한국에서 판매되는 키위는 모두 1등급으로만 선별된다”며 “상처 있고 못생긴 키위는 뉴질랜드에서만 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