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만에 다시 1억원대 회복…직전 고점 이후 24일 만에 1억300만원 선'세 차례 반감기서 355% 상승' 반감기 효과에 '홍콩 ETF' 호재까지 기대 확산앞선 반감기에 비해 줄어들 보상, 선반영된 가격, 거시경제 영향 등 부정적 시선도
  • ▲ 비트코인 펀드.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비트코인 펀드.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비트코인이 또다시 1억원대로 올라섰다. 반감기를 2주도 채 남기지 않은 가운데 순유입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반감기 이후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관측과 현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반감기 효과에 홍콩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기대감을 높이지만 앞선 반감기만큼의 효과가 있지 않은 데다 이미 가격이 선반영됐다는 관측이 맞서고 있다. 

    9일 업비트 차트를 보면 전날 비트코인 가격(종가 기준)은 1억210만원으로, 1일 1억10만원 이후 7일 만에 다시 1억원대로 올라섰다. 비트코인은 이날 한때 1억308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비트코인이 1억300만원을 넘어선 것은 3월15일(1억413만원) 이후 24일 만이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역대 최고가인 1억500만원(3월14일)을 찍은 이후 급락해 8000만원대(3월20일)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단기간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매물이 대거 쏟아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늦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면서다. 

    그러나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역대 최고가에 또 다시 다가서고 있다. 이는 비트코인 현물 ETF로의 자금 유입과 반감기 영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정보사이트 인베스팅닷컴은 "3월 말 2주 연속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자금이 빠져나갔으나, 2분기 들어 유입이 다시 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4일과 5일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각각 2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순유입됐다.

    금융정보 플랫폼 파사이드 인베스터(Farside Investors) 데이터에 따르면 5일(현지시각)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11종에 2억3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유출은 그레이스케일 GBTC(1억9800만달러)에서만 나타났으며 나머지 현물 ETF에는 순유입이 나타났다.

    특히 블랙록 IBIT에는 3억8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이에 따라 1월 11일 이후 누적 자금 순유입액은 126억1300만달러를 기록하게 됐다.

    가상자산 온체인 분석 플랫폼 샌티멘트(Santiment)는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수요가 BTC 반감기 이전까지 지속할 것"이라며 "BTC 현물 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3월 거래량도 1110억달러로 전월 대비 3배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초읽기 들어간 반감기…홍콩 ETF 승인까지 '폭발적' 동력 될까

    이 같은 추세는 이달 21일로 예정된 반감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반감기 후 6개월 동안 평균 355%가 상승한 만큼 과거와 비슷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감기는 비트코인 채굴에 보상으로 돌아가는 비트코인 수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현상이다.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반감기는 4년에 한번씩 발생한다. 반감기는 한국시각으로 21일 무렵으로 알려졌다. 채굴시간에 따라 구체적인 시간은 변할 수 있다.

    앞선 첫 반감기였던 2012년 당시 코인 가격은 12달러에 불과했지만, 반년 후 130달러 선으로 올랐다. 두 번째 반감기인 2016년 7월에는 660달러 선이던 비트코인이 6개월 뒤 900달러 선까지 올랐다.

    가장 최근인 2020년 세 번째 반감기에는 2020년 2월 8600달러가량이던 비트코인 값이 반감기를 거친 반년 뒤 1만5700달러까지 치솟았다. 종합해보면 세 차례 반감기 기준 6개월 뒤에 각각 942%(1차), 39%(2차), 85%(3차)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평균 355% 상승인 셈이다. 

    여기에 2분기 승인이 예상되는 '홍콩 비트코인 현물 ETF'가 또 다른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홍콩증권선물위원회(SFC)는 이미 지난해부터 운용사들의 신청과 별개로 비트코인 현물 ETF 지원을 준비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해 성명을 통해서는 "가상자산 현물 ETF에 대한 승인 신청을 받을 준비가 됐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홍콩 의원 및 당국 관계자들도 현지에서 열린 가상자산 행사인 '홍콩 웹3 페스티벌 2024'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와 토큰화에 대한 낙관을 밝혔다. 던컨 치우 홍콩 입법회(의회) 의원은 6일(현지시각) 홍콩 '웹3 페스티벌 2024' 기조연설에서 "홍콩에서 곧 비트코인 현물 ETF가 거래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비트코인 현물 ETF까지 허용된다면 유입자산 규모가 폭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백훈종 샌드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홍콩 ETF가 승인돼 거래를 시작하면 미국 ETF보다 더 큰 규모의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며 "중국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살아날 기미가 안 보이는 상황이라서 중국 정부도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있다. 실제 중국 정부도 적지 않은 비트코인을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 ▲ 비트코인.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비트코인.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반감기 후 가격 흐름은 과거 세 차례와 사뭇 다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정석문 프레스토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반감기에서는 채굴 보상 감소폭이 커 시간이 흐른 후 비트코인의 희소성이 크게 부각됐다"며 "세 차례의 반감기를 거친 후 네 번째 반감기에서는 반대로 감소폭이 줄어 가격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트코인은 반감기를 맞기 전 블록 하나를 채굴할 때마다 50개가 보상으로 주어졌다. 2012년 첫 반감기에서는 블록당 채굴 보상이 50개에서 25개로 감소했다. 이후 두 번째와 세 번째 반감기를 거치면서 블록당 채굴 보상은 12.5개, 6.25개로 각각 줄었다. 이번 네 번째 반감기에서는 보상이 3.125개로 감소할 예정이다.

    첫 반감기에는 하나의 블록을 채굴할 때 받는 비트코인이 25개나 감소해 공급에 미치는 영향이 컸지만, 이번에는 보상 감소 폭이 3.125개에 불과해 공급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효과가 적을 것이라는 게 정석문 센터장의 분석이다.

    이미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올라 반감기 이후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의견도 있다. 과거 비트코인 가격이 채굴비용을 밑돌 때는 반감기에 비용이 오르는 만큼 가격도 상승할 수 있었지만, 현재 가격은 채굴비용을 크게 웃돌고 있어 이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한 코인베이스 연구원은 "반감기 호재가 가격에 선반영됐다"며 "반감기 전 처음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현명한 트레이더라면 그 기대감이 가격에 이미 반영되었음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코인업체 파람랩스의 설립자 겸 CEO 앤서니 앤더슨도 "비트코인 ETF가 연초부터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매수함으로써 반감기를 선제적으로 반영했다"며 "가격이 이미 많이 올라 반감기에는 덜 오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반감기보다 투자자금의 동향과 거시경제, 규제환경 변화 등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와 미국 대통령 선거 등 가상자산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인이 많아 비트코인 가격이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 센터장은 "비트코인의 흐름을 예측하려면 반감기 대신 거시경제나 미국의 정치 상황 등에 더 주목해야 한다"며 "Fed가 금리를 인하하겠다고 발표하거나, 11월 미 대선에서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입장을 밝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비트코인이 다시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