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야간 반일제 '노인유치원'…처리기한제 압박에 수용"요양원 들어오는데 반기겠나" vs "자리 없어 대기중"서울시 2000가구이상 단지 노인요양시설 의무화 추진
  • ▲ 서울시 신통기획 재건축단지에서 데이케어센터를 연이어 수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시 신통기획 재건축단지에서 데이케어센터를 연이어 수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을 추진중인 재건축단지들이 연이어 데이케이센터 품기에 나섰다. 데이케어센터 설치없인 신통기획을 추진할 수 없다는 서울시 방침에 사업지연·무산을 피하고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서울시가 2000가구이상 아파트에 노인요양시설 설치 의무화를 추진중인 만큼 시와 조합간 충돌이 이어질 전망이다.

    15일 정비업계 및 강남구·영등포구청에 따르면 대치 미도아파트와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최근 데이케어센터를 사업지에 마련하기로 했다. 두단지에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정비구역·정비계획 결정변경안을 재공람·공고중이다.

    데이케어센터는 65세이상 노인,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65세미만 노인에게 생활서비스 및 인지·신체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시설이다.

    노인 등이 입소·생활하는 노인요양시설과 구분돼 '노인유치원'으로 불린다. 보통 주·야간 반일제로 운영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내 데이케어센터는 477곳이다. 설립형태별로는 △시립 22곳 △구립 105곳 △사립 350곳이다.

    비용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요양수가를 기준으로 책정된다. 건보공단이 상당액 부담하지만 일부 본인부담금도 있다. 

    서울시 고령사회정책팀 관계자는 "수가기준으로 비용이 책정돼 공·사립 모두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때문에 서울시가 센터 인건비·운영비 등을 일부지원한다"며 "수가외 서비스제공시 추가수익이 발생할 수 있지만 역시 인건비 등에 충당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는 신통기획 대상지에 데이케어센터를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신통기획에 단계별 처리기한제를 도입, 이같은 도시계획심의위 의견을 수용·반영하지 않을시 신통기획이 전면 취소되도록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8월 페이스북에 "데이케어센터를 지을 수 없다면 신통기획도 할 수 없다. 공공의 이익을 외면한다면 신통기획이 아닌 일반 재건축 방식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썼다.

    단계별 처리기한제 첫 대상지인 여의도시범은 지난 10월 서울시로부터 12월30일까지 데이케어센터를 수용하라는 통지를 받았다고 알려졌다.
  •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시범아파트. ⓒ연합뉴스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시범아파트. ⓒ연합뉴스
    서울시의 강경한 태도에 결국 수용했으나 대상지에선 여전히 데이케어센터 입주를 반기지 않는 눈치다.

    강남구 W공인 관계자는 "대치미도에선 교육1번지 대치동 특색을 살려 청년복지시설을 설치하겠다고 제안했는데 시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크고 작은 일에도 '호재냐', '악재냐' 소리가 나오는 동네인데 요양원이 생긴다니 꺼리는 주민들이 적잖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Y공인 관계자는 "여의도시범 주민들은 지난 7~8월부터 데이케어센터 수용여부를 논의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꺼리는 분위기였다"며 "속도를 내서 사업을 진행하고자 주민들과 시행사 한국자산신탁 등이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데이케어센터를 이용한 이들은 만족도가 높다는 증언도 들린다.

    대치동 주민 A씨는 "모친이 2년째 구립 데이케어센터를 다니고 있는데 그 사이 건강이나 기력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며 "집에서 가까운데다 승합차로 통원도 도와준다. 프로그램도 충실해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립 한 데이케어센터 관계자는 "강남구엔 구립 11곳·사립 4곳 데이케어센터가 있다. 우리 센터엔 △대치동 △도곡동 △개포동 거주 노인들이 등록한 상태"라며 "구립센터에선 노인들이 대체로 4년이상 다니는 편이다. 신규등록을 위해선 대기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갈등은 더 확산될 전망이다. 서울시가 2000가구이상 아파트단지에 노인요양시설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까닭이다.

    노양요양시설은 요양등급 1·2급을 받은 노인들이 입소·생활한다. 전일제로 운영된다.

    단지내 노인요양시설 설치를 뒷받침하기 위해 서울시는 최근 국토교통부·보건복지부와 법령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서울시 어르신시설확충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확충된 데이케어센터와 달리 노인요양시설은 더 많은 인원이 대기중인 상황"이라며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노인요양시설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