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2~13일 연달아 기자회견 열어 압박오는 24일, 전국 노동자대회 개최해 공세"근로조건 위협, 원청과의 직접 교섭해야"택배업계 "더 많은 걸 얻어내려는 노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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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업계가 주 7일 배송 도입 등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택배업체들이 생존을 모색하고 있지만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공세의 수위를 높이면서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15일 업계에 따르면 택배노조는 이달 12일, 13일 연달아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택배업체들을 압박하고 나섰다.우선 12일에는 서울 중구 노동청 앞에서 ‘롯데·한진·로젠택배 3사 교섭요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택배노조 측은 “2017년 노조가 합법화되고 2021년 과로 방지 사회적합의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진짜 사장인 택배사들과의 교섭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어 “택배현장에 쿠팡발 배송 속도 경쟁이 거세게 몰아치며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이 더욱 위협받고 있다”면서 “택배사들이 일방적으로 노동조건 악화를 강행하면 투쟁을 피하지는 않겠지만 대화와 교섭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원한다”고 강조했다.택배노조의 주장은 현재 대리점과의 교섭 구조에서 벗어나 ‘원청이 직접 참여’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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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택배노조는 과거 CJ대한통운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고 결국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1심에 이어 올해 1월 2심에서도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달 13일에는 노조 대회의실에서 ‘CJ대한통운 주 7일 배송 주 5일 근무 도입’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앞서 CJ대한통운은 지난 8월 주 7일 배송 시스템 도입과 함께 ‘수입감소 없는 주 5일제’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택배노조 측은 “CJ대한통운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는 목표만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시행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만 끌다가 일방적으로 주 7일 배송을 강행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강조했다.
택배노조는 충분한 협의 과정 없이 졸속으로 주 7일 배송을 시행할 경우 일선 현장에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논의되고 있는 근무 체계로는 실질적인 주 5일제 시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오는 24일에는 서울 도심에서 ‘전국택배 노동자대회’를 개최해 공세의 수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 중 일부는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집회를 개최해 주 7일 배송과 관련한 성실교섭 촉구, 불이익 금지 등을 강력하게 요구할 예정이다. -
한편, 택배업체들은 쿠팡의 로켓배송으로 촉발된 변화의 흐름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특히 CJ대한통운은 주 7일 배송서비스 도입이 업계 첫 시도인만큼 실행 방안과 관련해 여러 목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배송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주 7일 배송 시점은 내년 1월 1일 또는 1월 첫 일요일인 1월 5일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신영수 대표는 지난 11일 창립 94주년 기념식에서 임직원들에게 “최근 우리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급변하고 있으며,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근원적”이라면서 “우리의 미래 생존을 고민해야 할 시기이며, 용감한 혁신을 통해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어나가자”고 강조했다.한진, 롯데 등도 지금 당장 주 7일 배송을 도입하지 않지만 향후 쿠팡, CJ대한통운 등 타사의 추이를 보고 검토한다는 입장이다.택배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등장으로 인해 혁신이 없다면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라면서 “최근 노조의 행보는 업계 변화를 앞두고 더 많은 걸 얻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