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재배면적 8만㏊ 감축 계획농민단체 "생산기반 위협" 반발 나서야당, 양곡관리법 개정안 밀어붙이기 쌀 의무매입 시 재정부담↑·쌀값↓ 우려
  • ▲ 경기도 평택시 오성면 농업생태원에서 열린 2024년산 공공비축미곡 매입 현장에서 검수원들이 벼의 품질을 검수하고 있다. ⓒ뉴시스
    ▲ 경기도 평택시 오성면 농업생태원에서 열린 2024년산 공공비축미곡 매입 현장에서 검수원들이 벼의 품질을 검수하고 있다. ⓒ뉴시스
    쌀 재배면적과 쌀 생산량이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80kg 기준 쌀값은 정부 목표인 20만원을 밑돌고 있다. 쌀 생산보다 소비량이 가파르게 감소하면서 만성적인 쌀 공급과잉 문제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어서다. 정부는 쌀 공급과잉 구조 심화로 재정부담도 증가하자 쌀 재배면적 감축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에 농민단체들이 생산 기반마저 위협할 수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야당도 현금 퍼주기 포퓰리즘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어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통계청의 '2024년 쌀 생산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358만5000톤으로 전년(370만2000톤) 대비 3.2%(11만7000톤) 줄어들며 3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재배면적도 69만8000ha로 전년(70만8000ha) 보다 1.5%(1만ha) 축소되며 3년 연속 줄었다. 

    2022년부터 매해 쌀 생산량과 재배면적이 줄어들고 있지만 쌀값 방어는 요원한 모양새다. 지난 5일 기준 산지 쌀값은 18만2700원으로 보합세로 전환했지만 전년도 같은 기간(20만1384원) 대비 9.3%(1만8684원) 하락했다. 정부 목표인 20만원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적정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내년 벼 재배 면적을 8만ha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벼 재배면적이 1만ha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벼 재배면적 감소면적을 8배 늘리겠다는 것이다. 지역별로 쌀 재배면적 할당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초 벼 재배면적 감축을 강력하게 추진했어야 했다"며 쌀값 하락 대책으로 내년 벼 재배면적 8만ha 감축과 함께 고품질 쌀 품종 개발, 쌀 수출 확대, 전통주용 쌀 소비 확대 등을 꼽았다. 

    농식품부 추산에 따르면 올해 1인당 쌀 소비량을 전년보다 5.5% 낮아진 53.3㎏으로 예상된다. 쌀 생산량보다 소비량의 감소세가 더욱 가팔라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올해 쌀 매입 관련 예산만 1조6327억원(매입비 1조2266억원, 보관비 4061억원)에 달해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정부는 재정부담 해소를 위해 재배면적 감축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농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생산기반을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기후재난과 식량위기는 이미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농민의 생산기반인 농업을 파괴하고 식량자급에 위기를 만드는 쌀 재배면적 감축 시도를 전면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남아도는 쌀의 처분하기 위해 쌀 가공식품 등 신규수요 창출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한계가 뚜렷한 상황이다. 매년 쌀 과잉구조로 정부 재정에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데, 야당은 과반 의석을 앞세워 '현금 살포성 포퓰리즘' 비판이 나오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밀어부치고 있다. 앞서 제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며 양곡관리법에 거부권을 행사해 폐지됐 지만 야당은 당론으로 재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쌀 매입·보관비만 2030년 기준 연 3조98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 경우 예산은 한정적인데 쌀 의무매수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돼 다른 분야 투자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쌀 의무 매입 법제화 시 쌀 공급과잉 심화와 그로 인한 쌀값 하락, 농가소득 저하, 타작물재배 확대 정책 상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비자단체도 정부의 시장개입이 확대되면 소비자의 요구·수요가 생산자에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돼 정부가 쌀을 의무매입하게 되면 2030년 1조4042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반면 쌀은 2030년까지 연평균 43만톤의 쌀이 초과생산돼 쌀값은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재정 부담은 가중되고 투자는 저해되며 쌀값 방어 효과도 없는 셈이다. 

    농경연은 "급격한 쌀 가격 하락 시에는 시장격리 등의 정책 개입이 필요하나 농업인의 면적 감축 노력 등이 배제된다면 정부 재정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한호 서울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도 "가격 지지나 정부 매입 등을 통해 예산과 정부 재고 부담이 가중되는 정책의 지속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