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 관리 전입금 20년 새 2.3배 늘어… FAO 권고량의 1.4배내년 정부 양곡 관리비 11.5% 올라… "곡물자급률부터 높여야"野,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추진… "정부 부담 가중돼 지속 불가"
  • ▲ 농기계로 쌀을 수확하는 모습 ⓒ연합뉴스
    ▲ 농기계로 쌀을 수확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을 매입하고 처분하는 과정에서 소요된 쌀 비축 비용이 2조원에 육박했다.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초과 물량을 정부 재정으로 사들였기 때문인데,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더 많은 혈세가 투입될 전망인 만큼 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작년에 양곡 관리를 위해 사용한 일반회계 전입금은 1조7700억원으로 전년(1조1802억원)보다 50%가량 늘었다. 이는 2005년 공공비축제도 도입 이후 최고치로 2005년에 비해서는 2.3배 정도 높은 수치다.

    올해 정부가 사들인 쌀을 보관하고 관리하기 위해 사용한 양곡 관리 비용도 4091억원으로 2005년 이후 가장 컸다. 그런데도 농식품부는 15일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열고 2024년산 쌀 총 20만t을 시장에서 격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농식품부는 쌀값 안정을 위해 10만5000t 물량의 쌀을 사들였는데, 연말까지 9만5000t을 더 매입하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정부가 비축한 쌀 재고 물량은 115만6000톤(t)으로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권고한 한국 비축 물량(80만t)의 1.4배에 이른다. 정부가 사들인 쌀이 FAO의 권고량보다 40%나 넘쳐나는데도 쌀을 계속해서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쌀값 안정과 식량 안보를 위해서라도 불가피하게 쌀을 사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내년 정부 양곡 관리비 예산은 올해보다 11.5% 늘린 4561억원으로 책정했다. 

    문제는 정부가 이런 식으로 수요량을 웃도는 대량의 쌀을 매입하다 보니 농가는 쌀 경작을 줄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쌀 소비는 큰 폭으로 줄어드는 반면, 쌀 공급은 늘어 정부의 매입 규모는 점점 커지고 적자만 늘어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한술 더 떠 쌀 의무 매입을 확대·강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이 일정 수준 이상 초과 생산되거나 쌀값이 기준 가격 미만으로 떨어지면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2030년에는 쌀 매입·보관비로만 연간 3조986억원이 투입될 전망인 만큼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으나, 야당은 이러한 부작용은 무시한 채 아직도 이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민경 건국대 식품유통학과 교수는 "현행 양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매년 쌀 매입과 가격 보전에 예산 소요가 커진다"며 "쌀 시장격리 의무화로 인한 막대한 재정 투입은 축산업 등 타 품목 예산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한호 서울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도 "가격 지지 또는 정부 매입 등을 통해 예산과 정부 재고 부담이 가중되는 정책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무조건적인 매입 보장을 넘어선 농업개혁이 시급하다는 견해도 있었다. 식량 안보를 명분으로 쌀값 보호만 강조하기에는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최근 3개년 평균 19.5%에 그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 평균 곡물자급률(100.7%)과 크게 차이가 난다.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으면 국제 곡물 가격과 수급 변동에 취약해지는 만큼 쌀에만 치우쳐진 양곡 관리를 효율적으로 개선해야 식량 안보를 지킬 수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곡물 재배 유도와 이상기후의 영향을 덜 받는 전략작물 품종 개발 등에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