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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6일 사설 '20년 동안 19년째 파업하는 현대차 노조'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23일 파업 찬반투표에서 90% 투표, 80% 지지로 파업을 결의했다. 노조는 26일부터 나흘 동안 2시간씩 부분파업을 한다고 한다. 노조가 만들어진 1987년 이후 1994년 딱 한 해만 거르고 19년째 파업을 벌여왔다. 최고경영자가 구속돼 있는 상황 속에서도 현대차 노조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이런 진기록을 계속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의 임금은 2001년부터 작년 사이 43%가 올랐다. 생산직 근로자 한 명의 연간 급여 총액도 평균 55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게다가 사실상 정년이 보장돼 있고, 회사가 직원 부서 하나 옮기려 해도 노조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노조 간부에게까지 수천만원씩 뇌물을 줘가며 현대·기아차에 들어가려고 사람들이 줄을 선다. 그런데도 노조는 기본급 9.1% 인상, 단기순익 30% 분배, 직무·직책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GM 노조는 1960년대부터 줄기찬 투쟁을 통해 GM 근로자들 보수를 미국 전체 생산직 평균임금의 1.7배로 올려 놓았다. 회사는 전·현직 근로자와 그 가족들의 의료·연금비용으로 한 해 6조원까지 부담한다. 결국 GM은 지난해에만 12조원의 적자를 냈고 회사 신용도는 ‘투기등급’까지 굴러 떨어졌다. GM은 미국 내 12개 공장을 닫고 생산직 3만명을 잘랐다. 그래도 회사의 운명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노조가 회사를 타살하고 자신은 자살한 셈이다.
거꾸로 2002년 이후 4년간 임금까지 묶으며 50년 무분규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 도요타는 작년에 13조원이라는 사상 최고 순익을 올렸다. 도요타는 전 세계에 신공장 건설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고 지난 6년 동안 R&D 투자를 곱절로 늘렸다.
현대차가 세계 6위 자동차그룹으로 올라섰다지만 아직도 생산성은 도요타의 70%, 자동차 대당 영업이익률은 닛산의 60%밖에 안 된다. 현대차는 2000년부터 5년간 임금이 37.6%나 올랐는데도 생산성은 2.1% 뒷걸음질쳤다.
지난 주말 시민단체 ‘선진화국민회의’는 ‘현대차의 미래를 위한 토론회’를 열고 “경영방식과 노사관계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현대차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자측은 노조에 약점을 잡히고 노조는 이 약점을 이용해 회사를 약탈하는 현대차의 노·사가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현대차의 미래는 GM식 공동 자살의 길이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