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8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직원이 조사 대상 건설회사에 압력을 넣어 특정 하도급업체가 이 기업의 공사를 따도록 해 주는 대가로 대형 승용차와 현금 2000만 원을 뇌물로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범죄에 해당하는 비리일 뿐 아니라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해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한다’는 공정위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심각한 탈선이다.
     
    최근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이 공정위에서 제출받은 보고서를 보면 공정위 직원들의 비리가 조사 대상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받는 ‘단순형’에서 적극적으로 권한을 남용하는 ‘기획형’으로 발전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기업한테서 성(性)접대를 받다가 현장에서 적발된 사례도 있다. 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기업에 치명적인 칼날을 휘두르면서, 뒷전에서는 제 잇속을 챙기고 낯 뜨거운 성범죄까지 서슴지 않은 추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조직 내 비리의 책임을 지고 직위 해제된 공정위 간부가 국비 즉, 국민의 혈세로 대학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사례까지 밝혀졌다. 공정위 직원들이 비리를 저지르는 것부터 문제지만, 그 처벌에까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음을 보여 준다.

    공정위는 현장조사권, 계좌추적권, 자료제출요구권을 손에 쥔 준(準)사법기관으로 ‘경제와 시장의 보안관’이다. 그런 공정위이기에 직원들의 독직(瀆職)사태는 다른 부처들의 비리보다 훨씬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기는 꼴이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이렇게까지 타락한 데는 정권과의 ‘정치적 공생 관계’가 주요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공정위는 ‘비판신문 괴롭히기’에 행정력을 과도하게 남용해 왔다. 이들 신문을 몇천 부 정도 배달해 겨우 먹고사는 전국 수천 개의 영세 독자센터(개별보급업체)들이 이구동성으로 “공정위 때문에 못살겠다”고 비명을 지르게 된 것도 노 정권 들어서다. 정권은 이처럼 하수인 노릇을 잘 해 주는 공정위를 감싸기에 바쁘다. 비리를 저지른 공정위 직원 가운데 상당수는 ‘주의’ 같은 솜방망이 처벌밖에 받지 않았다.
     
    공정위에 대한 정부 내의 통제 및 자정 기능이 약하다 보니 공정위 직원들의 비리 소지는 더 커지게 된다. 그런가 하면 공정위가 기업들을 많이 ‘손볼수록’ 공정위 퇴직자들은 비싼 몸값을 받고 대기업이나 법무법인 등에 진입하기 쉬워진다. 공정위 전관(前官)을 활용한 로비의 필요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더욱 냉철하게 검증해 볼 단계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