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성장률은 4%대 후반, 연간 일자리 신규창출은 30만개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어려운 대내외 경제여건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투자의욕 고취 등으로 연간 7% 성장과 60만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새 정부의 공약과는 현격한 차이다.

    권 부총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고유가 등 대외변수의 위험이 지난해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경제운용을 할 때 각별한 주의를 촉구했다.

    부총리는 또 금산분리 정책이나 부동산 규제 등은 유지될 필요가 있다면서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에 따라 조만간 바뀔 가능성이 있는 참여정부의 정책기조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올해 성장률 4%대 후반 전망 

    권 부총리는 올해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인 불확실 요인으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과 고용증가세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대외여건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여파와 고유가 등 위험요인이 확대되고 있어 지난해보다는 상황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특히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면서 국제금융시장에도 영향을 주겠지만 중국 등 신흥개발국의 높은 성장세가 이를 보완하고 급격한 경기둔화를 막기 위한 선진국들의 대응노력도 예상된다고 부총리는 밝혔다.

    국내 여건은 민간소비가 내수를 견인하고 수출이 두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으나 고유가 등으로 소비자 물가가 3%대로 상승해 경제운용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 부총리는 이런 여건에 따라 올해 우리 경제는 2007년과 비슷한 연간 4%대 후반의 성장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상반기에 성장률이 다소 높은 상고하저의 흐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소비는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부담 증가요인이 있으나 실질소득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고 고용의 질적개선 등으로 현 증가세가 유지될 전망이며 설비투자는 견실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투자는 건설수주 동향이나 대형국책사업 등을 감안할 때 지난해보다 여건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보이며 수출은 두자릿수 호조세가 전망되나 증가율은 지난해보다 다소 둔화될 것으로 부총리는 예상했다.

    취업자의 경우 수출보다 고용창출력이 큰 내수증가세가 뒷받침되면서 장기추세 수준인 30만명 내외의 증가세가 전망된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는 고유가와 중국발 인플레이션 등 비용측 물가상승 압력이 상존하는 가운데 경기회복세에 따른 수요측 압력도 가시화되면서 평균 물가상승률인 2% 중반보다는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경상수지의 경우 고유가에 따른 원유수입 금액 증가로 상품수지 흑자폭은 다소 작아지겠지만 해외투자 활성화 등으로 소득수지가 개선되면서 균형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부총리는 예상했다. 

    ◇ "물가.사회안전망 신경써야" 

    권 부총리는 이 같은 경기 전망을 바탕으로 올해 기본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나 부총리 스스로도 "구체적 정책은 당연히 새 정부의 몫이 될 것"이라고 밝힌만큼, 이는 사실상 다음 정부를 위한 '조언'의 성격으로 해석된다. 

    그는 우선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물가 안정 속에 경기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도록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재정은 균형수준을 유지하고, 해외투자 활성화 등 외환수급 조절을 통해 환율 안정 노력을 지속하며, 고유가 등 물가불안 요인에 적극 대응해 서민 생활과 밀접한 부문을 중심으로 물가 안정 노력을 강화하는데 내년 경제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강조했다. 

    금리의 경우 한은이 물가, 경기 및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해 신축적으로 운용할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권 부총리는 참여정부 주요 경제정책의 성공적 마무리와 지속적 추진이 필요하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그는 "사회보험통합법징수법안, 한미 FTA 국회비준 동의 등 관련입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기초노령연금 도입 등 올해부터 시행되는 참여정부의 주요정책이 차기정부에서 차질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권 부총리는 참여정부의 사회안전망 강화 기조의 당위성도 강조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세계화와 2003년 카드채 사태 등을 거치면서 직장에서 퇴출된 분들이 영세 자영업자로 하향 이동한 부분이 있었다"며 "이것을 원상으로 복귀시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과정이고, 때문에 사회안전망 강화가 그 어느나라보다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그동안 경쟁력과 사회안전망 강화 대책을 병행 추진해왔고, 이런 방향은 일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단언하건데 앞으로 어떤 정부에서도 복지 지출 증가율을 7%대보다 낮게 가져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금산분리.부동산 규제 풀때 아니다

    권 부총리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에 따라 새 정부에서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하고 부동산규제를 일부 완화하려는 움직임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차기정부에서 부동산 규제완화를 추진하려는 것에 대한 견해를 묻자 "부동산은 항상 공급까지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있으므로 현재의 시장 상황이 완벽하게 안정돼 있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 부동산 시장의 안정세가 유지되고 있으나 거래가 위축되고 있어 확고한 시장안정 여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산분리 원칙의 완화에 대해서도 "현 정부의 금산분리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면서 "국제기구 등이 권고하는 소유지배구조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기 정부의 7%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제학회 등의 지적이 있는 것을 참고해달라"면서 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시사했다. 

    앞서 경제학회는 작년말 경제정책포럼에서 7% 성장을 달성하려면 물가상승이나 경상수지 적자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부동산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인해 차기정부 초기부터 부동산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권 부총리는 지난해 경제상황과 관련해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유가.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속에서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주력했으며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 노력도 경주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일자리 창출이 당초 설정한 목표치(30만명)에 미달했고 유가 상승으로 유류비 등 서민생활 부담이 늘어나면서 영세 자영업자 등 저소득층의 부담이 증가하는 등 일부 성과가 미흡한 문제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