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 프로권투경기 도중 뇌출혈로 의식을 잃은 최요삼(34) 선수 사건은 '병원 후송 지연' 의혹이 제기되는 등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허점을 또 다시 드러냈다는 진단이다. 

    1일 응급의료전문가들은 최 선수의 응급조치와 후송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국내 응급의료체계가 환자를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신속하게 후송할 수 있는 정보안내와 활용체계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으며 응급의료인과 일반인들에 대한 교육이 미흡하다고 입을 모았다.

    ◇'가까운 병원'보다는 '소속 병원'으로(?) = 가족과 지인들은 최 선수를 후송한 응급의료진이 왜 광진구 광진구민센터에서 가까운 건국대병원으로 가지 않고 순천향병원까지 갔느냐며 후송 지연을 문제 삼고 있다. 

    병원측은 당시 응급처치를 한 정형외과 레지던트가 소속된 병원으로 가는 것이 의사소통이 잘 돼 오히려 더 빨리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간병원의 응급의학전문의는 "의식이 없는 위중한 환자라면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내달리는 것이 원칙"이라며 "'자기 병원'까지 간 것은 최선을 다했느냐는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까운 병원'이냐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냐는 학문적인 숙제로도 꼽힌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가까운 건국대병원에도 최 선수를 치료할 수 있는 장비와 의료진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즉 '가까우면서도 치료 가능한 병원'에 대해 전혀 확인하지 않고 자신이 속한 병원을 고집한 것이다. 

    응급환자가 가장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안내하는 기능을 하는 기관인 '권역별 응급의료정보센터'도 이미 존재하고 있다. 문제는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용률이 낮다 보니 정보센터가 병원을 안내하거나 환자를 연계하는 서비스의 전문성과 질도 낮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윤한덕 팀장(응급의료전문의)은 "병원으로부터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보센터가 각 의료기관의 인력과 병상 상황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한계를 토로했다.

    응급구조사 등에게 가깝고 치료가능한 의료기관 정보가 원활하게 제공되는 체계가 자리잡기 전까지는 이러한 사건이 또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윤 팀장의 지적이다.

    ◇부족한 응급의료 인력 = 운동경기 중 부상이나 사망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자치단체나 각종 단체가 주최하는 스포츠경기에 적절한 응급의료인력이 배치되지 않는 경우가 여전하다는 게 응급의학 의사들의 전언이다. 

    사고 당일 현장에는 응급의료진으로 정형외과 레지던트가 나와 있었다. 일반적으로는 응급구조사보다 더 전문적인 인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당시 동승했던 지인들은 응급의료진의 처치가 미숙했다고 증언했다. 

    한 국립대병원의 응급의학전문의는 "병원 밖에서 산소호흡기나 응급약물을 사용하는 상황은 정형외과 의료진에게는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권투처럼 위험한 경기에서는 응급의학과의사가 배치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응급의학전문의가 매우 부족하다"고 말했다. 

    종합병원에도 응급의료전문의가 없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고려할 때 위험한 경기에는 응급의료 훈련을 잘 받은 의료진이나 응급구조사를 배치하는 것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응급상황 고려하지 않은 주최측 = 당시 최 선수의 지인 조창조(33)씨의 증언에 따르면 구급차 뒤에 사이드브레이크까지 채워진 차량 5-6대가 주차돼 있어 구급차를 출발시킬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데만 거의 20분이 걸린 셈이다. 주최측에서 선수나 관중에게 발생할 수 있는 구급상황을 고려해 구급차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했다면 후송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윤 팀장은 "다중이용시설이나 행사 주최측에서 응급 후송을 위해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 또는 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행사 또는 경기 주최측이나 일반인들이 구급 상황을 어떻게 대비 또는 대처해야 할지 교육한다면 살릴 수 있는 생명의 희생되는 것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