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러시아의 사정에 따라 발사 시기가 계속 늦춰지면서 언제 발사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있다.
    더욱이 교육과학기술부는 '나로호의 1단 연소시험 상세분석 과정에서 명확히 해야 할 기술적 이슈가 발견돼 시간이 필요하다' 내용의 팩스를 하루 지나서야 발견하고 뒤늦게 진위 파악에 나서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4일 오후 브리핑에서 '기술적 이슈'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지난달 30일 수행된 연소시험은 성공적으로 완료됐으나 시험 과정에서 취득된 데이터를 상세 분석하는 과정에서 특이한 값을 나타내는 데이터를 발견했다"고만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이값에 대한 해석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고 이에 대해서는 러시아 측 기술진과 계속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발사일정 재조정 여부를 지금 확정할 수 없으며 데이터 해석이 명확히 밝혀지면 러시아 측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교과부는 현재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 중인 총조립 작업 등 발사 이전에 순차적으로 이뤄질 작업은 당초 일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과부는 발사체 1단부를 공동개발해온 러시아 측이 총조립 작업 일정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그 사유를 밝혔다.
    교과부의 이런 설명대로라면 현재로서는 오는 11일로 잡힌 나로호 발사 시점이 그대로 지켜질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교과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 세부적인 사항을 러시아 측 관계자와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만 갖고 있다.
    앞서 교과부의 이상목 과학기술정책실장은 "지금으로선 나로호 발사가 연기될 확률이 높지만 구체적인 일정을 밝힐 수는 없다"고 밝혔었다.
    이런 교과부의 입장과 해명을 두고 여러 가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며칠 연기된 뒤 실시된 발사체 1단부 최종연소시험이 "성공적으로 완료됐다"며 발사일을 11일로 조정한다고 밝힌 지 단 이틀뒤인 3일 저녁에 "기술적 이슈가 발견돼 시간이 필요하다"는 팩스문이 온 것은 상호 모순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이를 두고 러시아 혹은 한국 아니면 두 국가 모두가, 그간 10년 넘게 막대한 돈을 쏟아 부은 이번 첫 우주발사체 사업을 안이하게 진행시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2002년 8월 100㎏급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우주발사체 개발 및 발사를 위한 사업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의 사업예산은 5천25억원이다.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 개발사업의 주요 연구 내용은 터보펌프식 액체추진기관 및 고체 킥모터 개발, 위성의 궤도투입 기술 확보 및 발사 운용 등이다.
    하지만 액체추진기관은 우리와의 기술협력을 통한 공동개발이라고 하지만 전적으로 러시아 측이 주도해온 부문이다.
    특히 지구저궤도로 위성 탑재체를 진입시키기 위해서는 높은 추력의 액체엔진 로켓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나로호 개발 기술의 핵심에 대해 우리 쪽이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은 애초부터 매우 제한적이었다는 사실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팩스를 뒤늦게 발견한 것에 대해서도 "3일 밤 10시 넘어 팩스가 들어오는 바람에 직원이 아침에 출근해 확인했다"고만 해명했다.
    이와 동시에 나로호는 지금까지 모두 6차례 연기되는 상황을 빚고 있어 우리가 그간 발사체 1단을 개발해온 러시아 측에 너무 의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과부에 따르면 러시아와의 나로호 공동개발은 지난 2004년 9월 정상외교를 통해 한·러 우주기술협력 협정이 서명되면서 양국 협력이 가시화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러시아 후르니체프사는 발사체 시스템 개발을 사실상 전담하며 각종 시험 일정의 조정도 일방적으로 통보하며 실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러시아 측은 발사체 1단을 2기 제작해 1기에 대해 비연소시험 등을 수행해왔으며 발사체 1단의 다른 1기는 지난 6월19일 우리나라에 인도됐다.
    나로호는 러시아와의 공동개발 등의 이유로 개발 초기부터 개발과정과 발사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교과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소형위성발사체 개발계획을 확정하고 사업에 착수한 지난 2002년 8월만 해도 나로호의 개발 기간은 2005년 12월까지로 돼 있었다.
    이후 러시아와의 기술협력 계약이 2004년 10월에야 체결됐고 계약서에 2007년 10월로 발사시기가 명시됐지만 2008년 12월로 연기되고 말았다. 러시아 측의 비준 절차가 늦어진 데 따른 것이다.
    또한 러시아 측의 발사대시스템 설치 지연 및 성능시험 강화로 인해 발사 시기가 2008년 12월에서 올 2분기로 연기한다고 발표됐다.
    이와 동시에 우리나라가 발사 일정을 너무 성급하게 정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발사체 1단부 최종연소시험이 이뤄지기 전 발사체 총조립에 작업을 착수하려 한 데 대해 교과부에서 조차 "우주개발의 관행이다", "총조립 전 러시아가 최종 연소시험을 실시할 것으로 봤다"는 등 엇갈리는 답변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자체 기술 없이 러시아의 우주개발 기술에 의존해 `우주클럽'에 가입해 보려는 정부 정책의 한계를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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