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투자 본격화 … "더 기다릴 수 없다"SK, 1차 9.4조 결정 … 삼성, 로드맵 발표 임박요란떨던 국회는 잠잠 … 칩스 법안 심사도 안해반도체 특별법·기간전력망법·첨단산업법 제자리민주당, 방송법-노란봉투법만 열 올려
  •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 역시 용인과 평택에 지어지는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입법을 책임진 국회는 아직 잠잠한 모습이다.

    29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이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용인 반도체 특화단지 전력공급 송전선로의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내역 및 사유 보고'를 받는다.

    정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대규모 345kV 송전망 건설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했다. 2042년까지 562조원에 투입되는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신속한 투자를 위해 동해안 및 호남지역의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전기를 공급한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예타 면제에 따른 송전망 구축 기간은 10.5년에서 9년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 ▲ 용인시 원삼면 일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지ⓒ뉴시스
    ▲ 용인시 원삼면 일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지ⓒ뉴시스
    일단 기업들은 발빠르게 투자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이사회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첫 번째 팹(Fab)과 업무시설 건설 목적으로 9조4115억원을 투자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준공은 2027년 5월이다.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103조원을 투자하고 이 중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관련 사업에 80%를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엔비디아의 신형 AI 가속기 '블랙웰'이 곧 출시되는 만큼 4세대 중심의 HBM 전략을 5세대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 신규 팹인 'M15X'에 HBM 생산라인을 확보해 밀려드는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도 오는 31일 상반기 실적발표에서 HBM 로드맵과 하반기 투자 일정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발표에서 올해 HBM 물량을 지난해 보다 3배 이상 늘릴 것을 선언했고, 내년에는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평택 삼성캠퍼스의 신규 팹 생산라인을 메모리 위주로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BM3에서 경쟁사에 밀린 만큼 차세대 개발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겠다는 각오다.
  • ▲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SK하이닉스
    국회 상임위 '태평'… 법안 심사 '뒷전'

    기업과 정부의 발빠른 움직임에도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할 국회는 한가한 모습이다. K칩스법으로 불리는 반도체 특별법과 국가기간전력망확충 특별법,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 등은 아직 심사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사업 시설투자에 세액공제율을 최대 25%까지 확대하는 K칩스법은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어 처리가 시급하다.

    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은 지난 국회에서도 정쟁에 밀려 폐기된 바 있다. 만약 법 처리가 늦어지면 송배전망 미비로 전력을 확보하지 못한 공장이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도 있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도 산업시설에 국가가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해당 법안들은 22대 국회 개원(6월 5일) 후 여야 의원들로부터 발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상임위 심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산자위 관계자는 "개원 초기 상임위 여야 배분부터 위원장 및 간사 선출 등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면서도 "방송법이나 노란봉투법 등 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법안 위주로 처리되다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은 "AI가 촉발한 기술과 환경의 변화로 반도체 산업이 급격히 재편되는 과정에서 시스템반도체와 팹리스의 역할 및 기능이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다가오는 미래에 진정한 반도체 강국으로 나아가는 동시에 반도체 주권을 제대로 확립하기 위해선, 팹리스를 포함한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의 경쟁력을 조속히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