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속전속결 시도… 경제계 초긴장하청-재하청-재재하청까지… 도미노 파업 우려사업장 불법 점거 부추겨… 반도체·車 생산라인 마비 무방비
  • ▲ 지난 2022년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및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에서 점거농성 중인 모습ⓒ뉴시스
    ▲ 지난 2022년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및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에서 점거농성 중인 모습ⓒ뉴시스
    "(사업장)입구 봉쇄 안되나요?"

    55년 전 창사 이래 첫 파업 중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의 유튜브 방송 중 올라온 한 조합원의 질문이다. 지난 23일 사측과의 교섭 타결 불발 이후 '노조 집행부가 지나치게 신사적으로 파업을 한다'는 불만이 담긴 실시간 댓글이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그건 불법"이라며 "특히 반도체 라인은 국가지정산업이라 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하지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 중인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사업장 출입구 봉쇄 등 과격한 파업 행위도 가능해질 수 있다. 근로자 이익을 위해 부득이하게 사측에 손해를 가한 경우 배상 책임을 면제하도록 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담겼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4시간 공정을 돌리는 반도체 라인이 한번 멈추면 재가동하는데 천문학적 비용과 인력이 들 수 있다"며 "생산차질을 파업의 제1목적으로 두는 노조들에게는 날개를 달아주는 법"이라고 했다.

    국회 통과가 임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일명 노란봉투법)을 두고 경제계가 초긴장 모드다. 주요 경제단체들이 이달 들어서만 세 차례씩이라 반대 성명을 낼 정도로 개정안은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24일 경제계 우려를 담은 서신은 국회의원 300명에게 보내는 한편 25일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찾아 절박한 입장을 전달했다.
  • ▲ 경제단체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 반대 성명ⓒ뉴데일리DB
    ▲ 경제단체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 반대 성명ⓒ뉴데일리DB
    노란봉투법은 현재 소관 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해 법사위 계류 중이다. 25일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었지만, 민주당은 상정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소위원회에서 추가 심의를 제안했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조법 개정이 지난 정부의 국정과제였음에도 추진하지 못했던 것은 지금 정부와 같은 고민을 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정부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개정안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근로조건의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보는 점과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생 면책 조항이 꼽힌다. 예컨대 하청기업 근로자가 원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원청 사업장에 피해를 입혀도 손배청구를 받지 않는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택배 기사들이나 배달 라이더와 같은 근로자와 택배회사나 배달플랫폼이 단체협상을 벌여야 할 수 있다. 자동차·조선·철강 등 수많은 하청기업이 거미줄처럼 엉켜있는 산업은 일일이 개별 협상을 벌여야 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민주노총 소속 대규모 사업장에서 손해배상 분쟁이 크고 자주 일어난다는 점에서 귀족 노조 보호법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현재 불법쟁의행위를 둘러싼 손해배상문제의 절대다수가 폭력적으로 이뤄지는 사업장 점거 관행에서 비롯되고 있다"면서 "개정안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개정 내용을 전혀 담지 않고 오히려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사실상 봉쇄해 극단적인 불법쟁의행위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