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확실한 소문에 불안감만 더 자극
    전문가들 "아직은 이기는 싸움 중"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국내에서 신종플루 공포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신종플루 검진이 늘면서 확진환자는 이미 3천명을 넘어섰다.
    일부 학교는 신종플루 감염을 막기 위해 휴교에 들어갔으며, 환자들을 치료해야 할 병원에서조차 2차 감염을 우려해 환자를 떠넘기는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다. 또 신종플루 예방백신과 항바이러제를 확보하려는 세계 각국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 정도면 뉴스에 정보를 의존하는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방역당국이나 의료기관, 개인 모두 신종플루 확산에 철저히 대비해야겠지만 막연한 두려움만으로 공포심만 자극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특히 최근에 나온 신종플루 연구보고서에는 신종플루의 위험성이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란셋(Lancet)과 미국의사협회지(JAMA) 등에 실린 최신 신종플루 관련 연구보고서와 박승철 국가신종플루대책자문위원장,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성한 교수 등의 도움말로 신종플루 현황을 정확히 짚어본다.
    ◇ 각기 다른 신종플루 사망률..실제는? = 각종 국제학술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현재 유행하는 `신종플루(H1N1) 2009'의 사망률은 최저 0.2%에서 최고 0.6%까지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환자 수를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보다 사망률이 더 낮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사망률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어서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등에서는 1-1.5%로 사망률이 높고, 미국 등에서는 0.2% 이하로 사망률이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5일 기준으로 0.06%의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사망률은 과거 큰 문제를 일으킨 사스(SARS)의 10%와 조류인플루엔자(AI)의 60%보다 훨씬 낮고, 1918년 스페인 독감의 2.5%보다는 다소 낮은 것이다.
    그러나, 전체 환자 수는 사스의 8천96명과 AI의 258명에 비해 훨씬 많다. 현재 전 세계 인구가 스페인 독감 때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상황에서 사망률이 약간 낮은 바이러스가 유행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사망환자 숫자는 많을 수도 있다.
    ◇ 신종플루의 주요 특징은 = 최근 논문으로 발표된 중증 환자 분석 데이터를 보면 사망환자의 상당수가 기본적인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멕시코에서 사망한 환자 중 54%가 20-59세의 평소 건강했던 성인이라는 점은 특이하다.
    또한, 최근에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2009년 4~6월 사이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 34명(전체 환자의 0.6%)의 임산부가 감염돼 11명이 입원했고, 이 중 6명(사망률 18%)이 사망했다.
    이는 전체 사망자의 8%에 해당하는 수치로 신종플루가 젊은 연령층의 고위험군인 임산부에게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주로 젊은 연령에서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도 특징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체 환자의 80%가 30세 이하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이는 최근 미국 인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현재 60세 이상 미국인의 약 30-40% 정도가 신종플루에 대한 부분적 면역력이 있고, 일본 인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1920년도 이전에 출생한 사람에서 부분적인 면역력이 있다는 보고와 일치하는 소견이다.
    바이러스의 복제능력을 볼 수 있는 `기본복제숫자(basic reproductive number)'도 신종플루가 1.4-1.6으로 계절플루의 1.2보다 높고, 과거 스페인 독감의 1.4-2.0에 근접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실제 대유행 가능성은 있나 = 현재까지 제한적인 기초 연구결과와 임상결과만으로 앞으로 닥칠 신종플루 범유행 규모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게 전 세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전의 범 유행 질병을 보면 1차파(first wave) 후에 반드시 후속파(subsequent waves)가 있는 게 특징이었다.
    또한, 북반구에 날씨가 추워지면서 전염력이 증가할 수 있고, 학교가 개학하면 신종플루 감염 위험이 큰 젊은 연령층에서 집단 발병 가능성이 커져 환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그리고, 이전에 유행했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1차파 때보다 2차파에서 병독성이 더 증가했던 점을 고려한다면 올해 겨울 북반구에서 더 심각한 유행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 대유행, 최악의 시나리오는 = 최근 영국에서 발표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전 세계 인구의 30%가 감염돼 15%에서 합병증이 발생하고, 이중 2%가 입원해 0.1-0.35%가 사망하는 것이다. 유행 시기는 9월초 또는 10월 이후가 될 것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또한, 이 보고서는 젊은 연령층에서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비교적 나이가 많은 연령층에서는 환자 수가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신종플루에 의한 사망의 경우 나이가 많은 연령층에서는 비록 환자 수가 적다고 하더라도 심폐질환자 등의 고위험군이 많기 때문에 인플루엔자 감염 후에 생기는 합병증(바이러스 폐렴, 이차적인 세균 폐렴, 기저질환의 악화)으로 사망률 자체는 높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젊은 연령층의 경우 워낙 환자가 많이 생기는 데다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신종플루 자체에 의한 바이러스 폐렴과 다장기 부전이 생길 수가 있어 과거 스페인 독감 때와 유사하게 젊은 사람에게서 사망자 숫자가 많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 신종플루, 긍적적 전망은 없나 = 최근 미국 국립보건원의 바이러스학자인 타우벤버거 박사팀은 미국 의사협회지(JAMA) 8월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200여년 동안의 대유행을 분석한 결과, 후속파(subsequent waves) 때 병독성이 증가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논란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근거로 다른 전문가들의 주장과 달리 향후 비교적 가벼운 대유행이 이번 겨울 북반구에서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현재 신종플루가 전염력이 약간 낮고, 고령층에 면역력이 있으면서, 북반구에서 여름에 유행하는 점 등은 큰 유행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성한 교수는 "타우벤버거 박사팀의 연구는 신종플루 바이러스 자체의 전염력이나 병독성이 변화하는 것은 불가피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를 하면서 항바이러스제와 향후 개발될 백신으로 잘 대비한다면 피해의 규모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 국내 전문가들 "막연한 공포심은 안돼" = 김성한 교수는 "누구도 지금 상황에서 신종플루가 괜찮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일단은 나쁜 방향으로 이행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게 좋다"면서 "하지만 무턱대고 큰일이 날 것처럼 불안해하는 것은 오히려 효과적인 방역스시템을 거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남반구는 백신 없이 항바이러스제만으로 신종플루 유행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올해 8월 유행이 큰 문제 없이 지속된다면 9월까지 유행이 커지다가 줄어들거나, 8월~9월초까지 계속된 유행이 잠시 주춤했다가 10~11월에 다시 큰 유행이 오지 않을까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박승철 국가신종인플루엔자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국내 상황은 신종플루에 대해 과도한 공포심이 자극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상황으로만 보면 우리나라는 신종플루와 전쟁에서 이기는 싸움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위원장은 "3천여명의 환자 가운데 2명을 제외한 나머지 환자들이 모두 완쾌돼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도 언론이 너무 신종플루의 공포심만 자극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제는 불안감과 공포심을 자극하기보다는 차분한 마음으로 대처해야 한다"면서 "특히 체내 면역력으로 신종플루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손 씻기 등의 보건위생수칙을 지키고, 평소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는 게 필수라는 점이 지속적으로 강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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