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포석 예상..월 1천대 판매목표 낮출 듯

    국내 자동차업계의 관심이 다가오는 10월 일본 도요타의 한국시장 진출에 쏠리고 있다.

    글로벌 1위 기업인 도요타의 입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잠재력과 파괴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국내 수입차 업계뿐 아니라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업체들까지도 도요타가 들여오는 차량의 가격과 마케팅 전략 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 장기포석..'친환경' 이미지 중시할 듯 = 업계에 많은 소문과 추측이 나돌고 있지만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도요타의 한국시장 접근 방식이 여느 국가에서와 마찬가지로 절대 무리수를 두지 않는 '중장기 포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도요타 관계자는 30일 "도요타 브랜드의 한국 진출은 친환경 기술과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 핵심적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가 10월에 들여오는 캠리(2.4ℓ), 캠리 하이브리드(2.4ℓ+전기모터), 프리우스(1.8ℓ+전기모터), RAV4(2.5ℓ) 등 4개 모델 중 가솔린 하이브리드 차량인 캠리 하이브리드와 프리우스는 국내 시장에 들여올 물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2개의 하이브리드 차종은 전국 5개 전시장 가운데 일단 서초, 대치, 분당, 용산 등 서울과 수도권 4곳에서만 판매하고 부산 지역은 시판을 뒤로 미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대량 판매보다는 도요타의 친환경 이미지를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 한다.

    이 두 차량은 가격도 캠리 하이브리드가 4천500만원대, 프리우스가 4천만원 초반대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프리우스는 판매 목표를 당초 월 200대에서 30대로 크게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캠리 역시 당초 3천만원 후반대에서 검토하던 가격을 4천200만원 전후로 높이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도요타자동차는 당초 월 1천대로 잡았던 한국 시장 판매목표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는 대신 캠리의 가격을 렉서스 브랜드인 ES350과 차별화하기 위해 ES350 모델의 가격을 소폭 인상하거나 저가 트림의 판매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를 벤치마킹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급속히 높여가는 현대기아차의 거점인 한국 시장 진출은 도요타로서도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점유율 확대를 위한 섣부른 판매 전략과 가격 정책으로 반감을 불러오지 않도록 10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도요타 효과'..업계 인력 이동도 = 도요타가 한국 시장에서 욕심을 버리고 이미지 제고 위주의 전략을 구사하더라도 도요타의 시장 진출은 국내 수입차 업계의 판도를 뒤바꾸기에 충분하다.

    도요타가 매달 800대씩만 팔아도 연간 기준으로 1만대가 넘고,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와 합칠 경우 1만6천대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는 총 6만1천648대로, 도요타의 진출이 1만대 가량의 수요를 새로 창출한다고 가정해도 도요타의 시장점유율은 22%가 넘어 수입차 업계 1등을 노릴 수 있다.

    지난해 판매 1위는 혼다코리아로 1만2천356대를 판매, 20.4%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국내 판매에서 핵심 역할을 하게 될 캠리는 도요타가 북미 시장에서 GM, 포드, 크라이슬러를 굴복시키고 세계 정상에 오르는데 1등 공신 역할을 한 차로, 국내에서는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 현대 그랜저 및 YF소나타, 르노삼성의 SM5 등의 점유율을 상당 부분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또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RAV4는 혼다 CR-V와 비슷한 2천900만∼3천300만원 가량의 가격대로 승부를 겨룰 것으로 보이는데 가격대나 성능 등으로 볼 때 CR-V는 물론 현대 싼타페 더 스타일, 기아 쏘렌토R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

    도요타 한국 마케팅의 간판이 '친환경'인만큼 2개의 하이브리드 차종 역시 현대기아차의 아반떼.포르테 LPi 하이브리드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도요타는 일단 프리우스와 캠리 하이브리드를 통해서는 판매 대수를 떠나 도요타가 가진 가솔린 하이브리드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결국 국내 시장에서 중장기적으로 현대기아차와의 치열한 친환경차 경쟁으로 치닫게 될 전망이다.

    도요타 진출이 다가오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의 인력 이동 현상도 감지되고 있다.

    도요타는 5개 딜러별로 영업 및 정비 담당 사원 40∼50명을 선발, 전체적으로 200∼300명 이상의 신규 인력을 뽑고 있는데 혼다코리아를 비롯한 수입차 업체는 물론 일부 국내 완성차 업체에서도 적지 않은 인력이 도요타로 향하고 있다.

    도요타는 오는 10월20일께 4개 차종의 론칭 행사를 하고 도요타 브랜드 차량의 시판을 개시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