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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노동연구원 ⓒ 뉴데일리
    합리적인 노동정책 개발과 노동문제에 관한 국민인식 제고를 위해 설립된 한국노동연구원이 9월 30일 오전 10시 다시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1988년 설립된 한국노동연구원은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출연기관. 노사 문제 연구와 노동정책 개발을 목적으로 연간 147억500만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된다.
    노동연구원 내 연구원들과 행정직 60여 명 또 박사급 연구원들로 구성된 전국공공노조 한국노동연구원지부 이날 박기성 연구원장의 성실한 교섭을 촉구하며 국정감사가 끝나는 오는 10월24일까지 장기파업에 들어갔다.

    “원장이 연구원 평가 못한다”

    노조는 “경영진이 지난 2월 일방적으로 단체협약(단협) 해지를 통보하고 단체협상 갱신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박 원장이 협상장에 나타나지 않았으며 지난 9월 교섭 때도 교섭권을 위임한 노무사와 나타나 10분 만에 회의장을 나가버렸다”고 파업 이유를 밝히고 있다. 노조는 또 박 원장이 조합원의 연구 자율성과 중립성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우선 드러난 노사 갈등은 불성실 교섭.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측의 인사ㆍ경영권을 침해한 단협에 대한 개정 여부가 갈등의 핵심이다. 연구원 단협은 원장 및 주요 보직자가 인사위원회 및 연구심의평가위원장이 될 수 없으며, 원장이 석사급 연구원과 행정직원을 평가할 수 없고 박사급 연구위원도 최대 18%까지만 평가권을 인정하고 있다. 
    박 원장은 이 같은 기존 단협이 사측 인사 및 경영권이 심각하게 침해돼 있는 등 불합리한 조항이 많다며 지난 2월 기존 단협을 해지한 바 있다.

    당시 노조원들은 단체협약(단협)을 해지한 데 대한 반발로 박 원장이 사는 아파트단지에서 10여 차례 시위를 벌였다. 연구원 노조의 상급단체인 민노총 공공운수연맹 산하 전국공공연구노조까지 합세해 인근 주민에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상습 시위로) 집값이 똥값 될 것” “이웃 잘못 둔 죄로 싸움이 끝날 때까지 고생할지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민이 시위를 막으려고 다음 달 5일까지 집회신고를 내자 노조 측은 그 다음 날인 6일부터 10일간 집회신고를 내기도 했다. 

    전화 한 통화만 하면 10일 무단결근 OK

    노조 측은 기존 단협의 복구와 함께 사측에 △정당한 이유 없이 10일 이상 연속으로 무단결근 할 때(단 결근 중 연락이 있는 자는 예외로 한다) △고의 또는 과실로 연구원에 막대한 재산상의 손실을 끼쳤을 때 등 두 경우에만 면직이나 해고 등 징계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의 협상안을 냈다.
    이 요구대로라면 사실상 전화 한 통화만 하면 무단결근을 해도 회사가 징계조차 할 수 없다. 노조는 ‘무단결근, 막대한 재산상 손실’ 등의 징계 범위조차 사실상 적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조합 임원 및 지부 간부(지부장, 상집, 감사, 대의원 등)의 인사 및 징계에 대해서는 노조의 사전 동의를 얻지 않으면 무효로 했다.

    반면 비조합원(대부분 사측)으로서 △부당노동행위, 조합 또는 조합원에 불이익 행위를 한 자 △조합업무를 방해하거나 위해를 가한 자 △조합원의 조합 활동에 대해 상급자의 직위를 이용해 직간접적으로 방해한 자는 직위·직급을 막론하고 징계에 처하도록 했다.
    또 사측이 제시한 △상사의 정당한 지시, 명령에 불복하거나 모독한 자 △중요 직무를 고의로 조작하거나 허위로 보고한 자 △허위신고, 작성 등으로 부당하게 임금, 금품 등을 지급받은 자 △연구원 기밀을 누설한 자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자 등 24개 항에 대한 징계는 “징계사유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라며 수용을 거부했다.
    노동연구원 노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인 공공운수연맹 산하 전국공공연구노조를 상급단체로 두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단체협상에도 전국공공연구노조 관계자가 연구원 노조 간부와 함께 2∼4명씩 참석하고 있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노동연구원 노조의 행동은 본분을 망각한 일"이라며 "노동연구원의 존립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볼 일"이라고 폐지론까지 거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