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아 기자와 만나 “김재철 사장이 큰 집에 불려가 조인트 까이고 매맞고 해서 좌빨 80%를 척결했다”는 발언설에 휘말렸던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이 결국 스스로 퇴진했다. 이 사건은 여권 성향의 방문진 이사장이 내부고발자 보다 더 한 수준의 자가발전식 폭로를 하여, 사실 상 여권 성향의 방문진 이사들에게 해임을 당한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그러나 김 이사장 한 명의 사퇴로 이 사건이 마무리될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김재철 사장은 이 기회를 틈타, 더욱 더 친노좌파 노조 성향으로 돌아서고 있고, 야당은 방문진 무력화 전략에 나서고 있다.
     
     김우룡 이사장은 지난 3월 19일 열린 방문진(방송문화진흥회/放文振) 이사회에서 신동아와의 인터뷰에 대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김재철 사장에게 미안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권 측 이사들로부터도 “납득할 수 없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이에 김우룡 이사장을 제외한 방문진 이사 8명 전원은 이사장 직위 해제를 결의, 통보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는 상황에서 여권 성향의 방문진 이사들이 조기에 초강수를 둔 셈이다. 이에 김우룡 이사장은 이사직 직위 해제는 물론 이사직 자체를 사퇴하겠다고 방송통신위에 알렸다.
     
     김재철, 사실 상 방문진에 선전포고
     
     이 과정에서 김재철 이사장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김우룡 이사장에 대해 민형사 소송을 할 것을 밝히면서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방문진은 MBC의 독립과 중립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안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MBC를 지키고 국민을 위해 방송을 제대로 하는지 관리 감독하는 것이 방문진으로 알고 있다. 전혀 근거 없는 내용으로 MBC가 권력에 굴종하는 것으로 볼 때 MBC를 관리 감독할 수장 자격이 없다. 김우룡 이사장 해명으로 사장인 저나 구성원들, 시청자의 명예가 회복됐다고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명예훼손혐의로 형사 고소할 것이고 손해배상도 민사 청구할 것이다. MBC의 독립이나 중립을 훼손할 경우 권력 기관이든 방문진이든 수장으로서 단호히 대처할 것이다.“
     
     MBC 사장이 대주주인 방문진에 대해서 선전포고를 하며 독립을 선언한 것이다. 물론 김재철 사장이 김우룡 이사장의 발언으로 심각한 수준의 명예가 훼손된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김재철 사장이 자신의 피해구제를 하면서, MBC의 권한이 막강해지고, 방문진이 전면적으로 무력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애초에 방문진은 스스로 김재철 사장을 임명했음에도, 김 사장이 개혁의 대상인 MBC노조와 경영진 인사를 협의하는 등, 광폭적 배신행보를 보여도 속수무책이었다. 김재철 사장은 사장 임명 직후부터 MBC노조 측에 90도로 절을 하고, 방문진을 비판하는 등 상식 밖의 행태를 보여왔다. 이번 김우룡 이사장의 발언으로 문제가 된 계열사 인사의 경우도, 방문진에는 결과만을 통보하는 등, 오만방자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문진은 김재철 사장을 스스로 임명했다는 원죄 탓에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우룡 이사장은 상상을 초월하는 자폭 행위를 해버린 것이다. 친노좌파 매체인 오마이뉴스와 민중의소리 등은 김우룡 이사장 등에 대해 “위대한 내부고발자”라며 비아냥대고 있는 형국이다.
     
     최문순, 방문진의 MBC의 경영감독권 빼앗는 개정안 악법 제출
     
     또한 사실 상 MBC 노조의 수장 격인 민주당의 최문순 의원도 이 틈을 타 방문진이 MBC 경영을 관리할 수 없도록 하는 독소조항이 담긴 방문진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MBC노조의 염원인 MBC를 방문진에서 완전히 독립, 그 누구의 감시도 받지 않는 노조 공화국으로 만들겠다는 정략인 것이다. 또한 민주당 등 야당들도 김우룡 이사장의 사표로 이 사태를 마무리할 뜻이 전혀 없어보인다. 심지어 한나라당의 전여옥 의원조차도 “여당이 스스로 진상을 밝혀야한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애초에 예정된 MBC 감사 선임 역시 김우룡 이사장이 몰고 온 태풍 탓에 사실 상 무효가 되어버렸다. 방문진은 검사 출신과 MBC 출신 두 명을 놓고 이 날 결정할 예정이었다. 감사 선임이 연기되었다 해도, 현재와 같은 분위기에서 감사로 임명된 자가 제대로 출근이나 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과연 김우룡 이사장의 폭탄 발언으로 시작된 MBC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일단 방송통신위는 곧바로 신임 이사장을 선임해야 한다. 김재철 사장이 방문진 무력화를 선언했고, MBC노조의 기세가 등등한 상황에서 새로운 이사장이 취임해도 손 쓸 방법은 전혀 없어 보인다. 유일하게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신임 이사장 선임 직후, 자신이 약속한 공약을 모두 내평겨쳐버리고 MBC노조와 손을 잡아버린 김재철 사장에 대해 “사장의 인사권을 지키지 못했다”는 명목으로 즉각 해임시키는 방안이다.
     
     그러나 김재철 사장을 임명한 뒤, 초상식적인 배신행보에도 아무런 제동을 걸지 못했던 현재의 방문진 이사진의 구조 상 이를 시행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이대로 가게 되면, MBC노조는 김재철 사장을 꼭두각시처럼 부리며, 이미 모든 동력을 상실한 방문진을 무시한 채, 엄기영 사장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으로 MBC를 장악해나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친노좌파 세력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지자체 선거 때, MBC는 특정 정파의 기관 방송으로 전락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방문진이 김재철 사장을 즉각 해임시키지 못한다면, 여권 성향의 이사 전원이 방문진 이사직을 사퇴하는 것이다. 방문진 이사들이 이사장의 과오 전체를 함께 책임져야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애초에 지난 8월 방문진 이사진이 구성될 때, 김우룡 이상 및 여권 이사 6인은 한 팀으로 움직여왔다. 물론 김우룡 이사장의 수많은 문제점에 대해 방문진의 젊은 이사들은 최선을 다해서 제동을 걸기도 하고, 비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이사들은 이사장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인간적 책임마저 면책될 수는 없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방문진의 여권 성향 이사 6인이 물러나고, 새로운 이사 6인이 선임된다 하더라도, 현 사태를 조기에 수습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번 방문진과 MBC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이른바 중도우파 세력 내에서 지금과 같은 엄중한 상황에서 과감하게 국민을 설득하여 김재철 사장을 해임시키고, 공청회를 거쳐 새 신임 사장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 법한 실력과 용기를 갖춘 인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방문진에 들어가자마자 ‘조인트’와 ‘큰집’ 논란에 휘말리며, MBC노조와 친노좌파세력의 집중 공격을 받으며, 기존의 방문진 이사들과 같이 개혁의 칼을 모두 빼앗기고 무력화될 우려가 너무 크다.
     
     MBC 개혁을 주장해온 MBC국민연합 측의 최인식 공동대표는 “우리가 주장한 대로 MBC 사장 선임을 모두 공개하여, 국민 앞에서 검증된 후보를 사장으로 임명했다면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도 않았을 것”,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마땅한 답이 없다. 지금의 방문진이든 신임 방문진이든, 김재철 사장을 해임시키고, 공청회를 통해 신임 사장 임명을 추진할 만한 인사들이 있겠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결국 지난 8월 MBC 개혁을 위해 출범한 제 8기 방문진은 김재철이라는 광폭적 배신자와 김우룡이라는 자살 폭탄을 만나 어이없이 침몰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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