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분들이 오셔서 대출을 못 받고 돌아갑니다. 차비만 해도 어마어마하죠. 어려운 상황에서 돈과 시간을 들려 찾아 오셨다가 자격이 되지 않아 그냥 돌아가시는 분들을 보면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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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평미소금융 박운석 대표 ⓒ 뉴데일리
    서울시 은평구에 위치한 은평미소금융 사무실은 단촐했다. 책상 3개가 늘어선 작은 상담실과 중앙에 테이블이 놓인 방 하나가 전부였다. 흔한, 대표의 사무실 하나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구청 건물안에 위치한 사무실은 탁 트여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때때로 "문화회관이 어디냐"며 문을 여는 주민들에게 친절하게 위치를 설명해주는 박운석 대표의 모습은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았다.

    “저는 월급을 받지 않습니다.” 최근 상담자의 수가 줄었다는 이유로 ‘월급 도둑’이라는 말까지 들어야 하는 상황이 신경 쓰였던 듯 그가 말했다.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예요. 현재 저를 포함해서 4명이 이 곳에 있지만, 다들 월급은 턱 없이 낮은 수준이죠. 봉사의 개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은평미소금융은 지난해 12월 말 개관했다. 유독 소득층이 낮은 사람이 많은 지역. 인지도가 낮은 것은 물론이지만, 더 큰 문제는 그들에게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히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하루살이’ 소득층에게 차비를 들이고 시간을 내서 이 곳에서 상담을 받으라고 하는 것은 어려운 현실이다.

    미소금융대출의 문제점 ‘준비기간-자기자본-업종제약’

    은평지점의 대출현황은 시스템이 구축된 지난 2월을 본격적인 시작점으로 해 이달 22일까지 총 28명에 2억1천9백만원을 빌려줬다. 4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해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 결코 많은 비율이 아니기에 박 대표는 아직 시스템에 몇 가지 문제가 있다며 한숨 지었다.

    금융감독위원회와 미소금융중앙재단을 비롯해 각 지점의 대표들이 함께 모여 현 상황을 나누고 문제점을 건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세 가지 건에 대해 집중적으로 의논했다고 말했다.

    첫 번째로는 현재는 만일 사업자가 채무자일 경우 2년간 월 납입금을 꾸준히 갚았을 때 대출이 가능하도록 하는 준비 기간을 두고 있으나, 박 대표는 이를 1년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년을 갚아서 채권회수에 문제가 있고, 1년을 갚아서 문제가 없는건 아니다”라며 “특히, 작은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의 경우 사업이 잘 되지 않을 경우 이를 빨리 정리하고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의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사업준비 기간이 2년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되돌아 간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낸 뒤 “1년으로 줄이는 것이 사업자들에게 더 의욕을 불러 일으켜 다시 한번 시작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두 번째로는, 현재 시스템 상 자기 자본이 일정 비율이 있어야 대출이 가능한 형태로 구성돼 있다. 이를테면 자기 자본 3천 만원이 있어야, 3천만원을 대출해 줄 수 있는 꼴이다. 박 대표는 이 경우로 되돌아 가는 사업자들의 비율이 매우 높다며 “대출 대상자인 신용등급 7~9의 사람들은 대다수 자본력이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사업성 검토에 더 신중을 기하고, 기술적 심사가 보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는 ‘대출 업종 제약’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사회에 해악적인 사업에 대출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에 사교육을 조장하는 학원과 술집 등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박 대표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직종을 도와주는 건 안되겠지만, 서민을 위한 대출은 국가 전체의 경제를 고려해야 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따로 기술을 보유하기 않은 서민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술집과 노래방 등에는 궃이 제약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 분야를 풀어놓는다고 해서 모든 돈이 그 곳으로 가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금액에 제한을 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분한 상담과 교육 준비, 완벽히 이뤄져야

    절차가 복잡하다는 일각에 주장에 대해 박 대표는 “5백만원 이하의 대출의 경우 사실 확인만 끝나면 1주일 이내에 충분히 받을 수 있다”며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지점에 방문해 주기를 당부했다.

    이어 “그 이상의 금액을 원하는 창업자들의 경우는 소상공진흥위원회에서 창업 교육을 2주 이상 받아야 하는데 그를 두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다”며 “창업 교육은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듣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5만원만 내면, 2주동안 제대로 된 창업 교육을 받고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비록 1달 가까이 그 기간이 늦어진다 해도 확실한 창업을 하는게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미소금융 사업을 진행하며 가장 행복했던 기억에 대해 대출금으로 빈대떡 집을 오픈한 모자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는 “어머니가 계를 들어 힘들게 3천 만원을 만들어서 대출 승인을 받아 아들과 함께 빈대떡 집을 열었다”라며 “그 집은 절대로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또한, 안타까웠던 기억에 대해서는 대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찾아와 정부에서 다 대출해준다고 홍보해 놓고는 해주지 않는다며 “정치쇼냐?” 라고 물을 때를 꼽았다.

    박 대표는 “이 곳에 오셔서 차분히 상담을 받아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하며 “모든 분들을 도와주고 싶지만, 규정이 있으니 어떨 수 없다. 돈을 함부로 빌려주면 그 역시 다른 국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포기하지 말고, 계속 문을 두드려라"

    초기에는 규정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컸다. 전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갖춰가는데 1개월 이상 소요돼 2월이 돼서야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박 대표는 “해외의 마이크로크래딧 시스템이 정립되어 있으나, 미소금융은 우리 나라만의 창조적인 시스템이라고 봐야한다”고 말한다. 아직은 완벽한 꼴을 갖추지 못한 과도기. 그는 “과거에는 없었던 시스템을 지금 만들어 나가는 중이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변화를 줄 계획이다”라며 “현재 정부와 협의점을 찾고 있는 중이며 좀 더 서민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이제는 미소금융 모든 지점의 사람들이 전문다가”라며 “예전에 불편한 사항이 있었더라도 지금은 모두가 숙달 돼 방문만 하면 모든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과거에 대출을 받지 못하고 되돌아 갔던 분들도 포기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미소금융의 문을 두드려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