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요 사업장 온실가스 산정·제3자 검증글로벌 화주, 물류사에도 공급망 탄소자료 요구CJ대한통운·현대글로비스도 Scope 3 관리 고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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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X판토스가 발간한 2026 지속가능경영보고서. ⓒLX판토스
물류회사들이 운임표 대신 ‘탄소 장부’를 꺼내 들고 있다. 화물을 얼마나 싸고 빠르게 운송하느냐 만으로는 글로벌 화주를 설득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제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은 공장 안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뿐 아니라 원재료 조달, 운송, 보관, 배송 과정에서 나온 탄소까지 따져야 한다. 물류사가 제공하는 배출량 데이터가 수출 기업의 ESG 공시와 공급망 실사 대응 자료로 쓰이는 구조가 된 것이다.10일 LX판토스가 최근 발간한 2026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해외 주요 사업장의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공개한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LX판토스는 이번 보고서에서 국내 사업장뿐 아니라 해외 주요 사업장의 직접배출량(Scope 1)과 간접배출량(Scope 2)을 산정하고 제3자 검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유럽 지역 9개 법인의 인권·노동, 산업안전, 근로환경, 교육·경력개발 관련 데이터도 함께 공시했다.눈에 띄는 대목은 보고 범위다. 물류사는 제조업처럼 한 공장에서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항공, 해상, 육상, 철도 운송을 조합해 전 세계 화물을 움직인다. 같은 물량을 옮겨도 운송 수단과 경로에 따라 탄소 배출량이 크게 달라진다. 결국 물류사의 경쟁력은 운임 협상력뿐 아니라 화물별·노선별 배출량을 얼마나 정교하게 계산해 화주에게 제공할 수 있느냐로 넓어지고 있다.LX판토스 입장에서는 해외 사업장 탄소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이 단순한 ESG 홍보가 아니다. 글로벌 대기업 화주들은 협력 물류사에 운송 과정의 배출량 산정 방식과 감축 계획, 제3자 검증 여부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지속가능성 공시와 공급망 실사 규제가 강화되면서 화주의 부담이 물류 협력사로 내려오는 구조다. 화주가 탄소 배출량을 공시하려면 운송을 맡긴 물류사로부터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받아야 한다.물류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입찰 방식까지 바꿀 것으로 본다. 과거에는 운임, 납기, 물류 네트워크가 핵심 평가 항목이었다. 앞으로는 여기에 탄소 데이터 관리 능력이 더해진다. 화주가 “이 노선을 이용하면 비용은 얼마이고, 탄소는 얼마나 줄어드느냐”고 묻는 시대가 온 것이다. 물류사가 탄소 계산서를 내지 못하면 저렴한 운임을 제시해도 글로벌 수주전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국내 경쟁사들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올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기후변화 리스크 분석 범위를 기존 미국 중심에서 인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해외 주요 사업장으로 넓혔다. 또 고객사 제품을 유통 채널이나 최종 소비자에게 보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3자 위탁 차량 배출량을 Scope 3-Category 9로 산정·관리하는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현대글로비스도 탄소 비용과 데이터 관리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다. 완성차 해상운송과 글로벌 물류를 맡는 사업 특성상 자체 사업장의 배출량뿐 아니라 협력사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Scope 3 배출량 관리가 중요하다. 유럽 권역을 운항하는 자동차선과 벌크선에는 EU 탄소배출권 거래제 영향도 반영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공급망 탄소 관리가 강화될수록 현대글로비스의 배출량 관리 역량은 현대차·기아 등 주요 화주의 수출 경쟁력과도 연결될 수밖에 없다.이 때문에 물류사의 ESG 보고서는 홍보 책자가 아니라 영업 자료에 가까워지고 있다. 보고서에 담긴 온실가스 데이터와 검증 여부가 글로벌 화주와의 계약 협상에서 신뢰 자료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매출 비중이 큰 종합물류사 일수록 국내 사업장 중심의 배출량 관리만으로는 부족하다. 해외 법인, 협력 운송사, 위탁 차량, 선박 운항까지 탄소 장부를 넓혀야 한다.한 업계관계자는 "물류업계의 다음 경쟁은 창고와 선박, 항공기 확보 경쟁을 넘어 ‘탄소를 계산하는 능력’에서 갈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