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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그룹을 압수수색하고 임병석 회장을 체포하면서 1년4개월만에 수사를 재개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의 칼끝은 그룹의 자체 비리보다는 비자금의 용처로 지목되는 정ㆍ관계 로비를 조준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C&그룹이 국민의 정부를 거쳐 참여정부 시절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당시 여권 인사들에게 금품 로비를 했는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전망된다.
십수년 만에 무명의 지역 해운회사에서 재계 60위권의 중견그룹으로 도약한 C&그룹의 압축성장이 정치권의 비호 없이 가능했겠느냐는 의구심이 검찰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관측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검찰은 애초에 임 회장 등 그룹의 경영진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무리하게 사세를 키우는 과정에서 수백억대의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잡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방건설(C&우방), 아남건설(C&우방ENC), 진도(C&중공업) 등 굵직한 기업들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이들 업체의 자금을 이용해 다시 다른 회사를 사들였고, 그런 과정에서 상당액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다.
하지만 현재 C&그룹은 C&우방 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워크아웃 절차에 돌입한 뒤 증시에서 상장폐지되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사실상 파산 상태여서 사정수사의 최고 사령부로 불리는 중수부가 직접 나설만한 사냥감으로는 비중이 떨어진다는게 검찰 안팎의 중평이다.
중수부의 이번 수사가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단순한 기업 비리만 쳐다보는게 아니라 결국은 `여의도'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C&그룹은 2002∼2007년 금융권에서 M&A 자금을 편법 대출받기 위해 정ㆍ관ㆍ금융계에 로비를 벌였고, 2007년 C&중공업을 설립해 조선업에 진출한 이후에는 시설자금 조달이 안돼 그룹의 존립이 위협받게 되자 긴급 자금지원을 받으려고 로비자금을 뿌린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전남 영광출신의 임 회장이 지연ㆍ학연 등을 바탕으로 친분을 쌓은 정ㆍ관계 인사들을 접촉 대상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으며, 3개월간 내사를 하면서 그런 의혹을 뒷받침할 진술이나 정황을 상당부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회장은 광주 석산고와 한국해양대 항해학과를 졸업했으며 2002년 고려대 정책대학원에서 최고경영자 과정을, 2003년 중앙대 행정대학원에서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다.
또 2001∼2007년 바다살리기 국민운동 본부의 총재를 맡는 등 해양 관련 단체에서 활동하며 관련 분야 정ㆍ관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