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타이완, 닮은 점 다른 점

     

    한국과 타이완의 대표적 공통점은 숙명적으로 ‘큰 혹’을 달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타이완은 자체 힘으론 어쩔 도리가 없을 만큼 커져버린 중국이란 거대한 혹을, 한국은 여러 면에서 비교가 안 되지만 역시 다루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은 북한이란 혹을 달고 있다.

    두 나라에 이 혹은 난제 중의 난제다. 장기적으론 품어야 할 상대지만 자칫 잘못되면 존립 자체를 위협받을 수도 있다.

    2000년 민진당의 천수이볜이 총통에 당선되면서 타이완의 정체성과 독립을 강조했지만 세계의 정치 경제적 흐름을 거스르는 바람에 정권이 바뀌고 급속히 부상한 중국에 의해 손발이 묶여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2008년 국민당의 마잉지우가 집권하면서 생존을 위해 양안(兩岸)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 중국대륙과 통상(通商) 통신(通信) 통항(通航)의 삼통 합의에 이르고 올 6월에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 9월12일부터 발효되고 있다.

    중국은 타이완의 제1 수출시장이고 제2 수입대상국이다. 중국 없이는 타이완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천수이볜이 타이완의 정체성을 주장하면서 대륙과 맞선 결과는 잘 나가던 타이완경제의 동력 상실이었다.

    삼통(三通)이 이뤄지고 ECFA가 발효되면서 타이완 경제는 다시 활력을 되찾고 있다. 타이완 기업들이 중국대륙을 생산기지로 활용함은 물론 세계 기업과의 동반진출을 꾀하고 있다. 단체여행이 허용된 지난해 이후 불법체류 중국인이 60만명에 이르지만 불만의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삼통의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란다.

    최근 타이베이에서 열린 관훈클럽 해외세미나에서 만난 학자나 관리들은 지금과 같은 양안관계가 중국대륙과 타이완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이상적인 관계로 인식하는 듯했다. 적어도 중국대륙과 홍콩과 같은 관계로의 변화를 예견하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세계 경제의 빅2로 부상한 중국으로선 타이완의 존재가 약간 눈에 거슬리지만 경제협력의 동반자로선 큰 힘이 되기에 굳이 체제문제로 티격태격 할 필요가 없다. 타이완 역시 이미 거대한 용이 된 중국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고 경제적 실리를 얻는 게 상책인 셈이다.

    한 학자는 타이완의 미래는 중국 한국 일본과 함께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동북아 경제의 핵심축이 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했다. 평화공존과 상호체제 인정을 통해 세계 경제중심이 되겠다는 청사진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게 북한이란 혹은 타이완의 그것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주민들이 굶주릴 정도로 국가 경제력이 빈약하지만 북한 정권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이다. 교류 약속을 해놓고도 교류가 지속될 수 없는 사건을 일으킨다.

    금강산 관광, 개성관광이 그랬다. 이산가족 상봉도 북한의 필요에 의해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식량 지원 등 경제적 도움을 주고 싶어도 천안함 사건 같은 것을 일으켜 벌린 팔을 움츠리게 한다.

    개성공단이 열릴 때만 해도 북한이 중국이나 동남아국가를 대신할 한국의 생산기지가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었으나 이 역시 북한의 내부 사정에 따라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했다. 3대 세습이란 희대의 코미디를 연출하는 북한에서 앞으로 어떤 돌발상황이 벌어질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G20 대회가 열릴 정도로 경제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데 북한이라는 혹을 어쩌지 못하는 한국을 생각하면 큰 혹을 잘 다루는 타이완이 정말 부럽다.

    (방민준/본사 부사장·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