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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응찬 신한금융지주 전 회장이 4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업무집행정지 3개월 상당의 중징계를 받은 것은 자신의 자금이 관리됐던 차명계좌 때문이다.
라 전 회장은 지난 2007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50억원을 건낸 과정에서 드러난 차명계좌 때문에 실명제 위반 혐의를 받았고, 금감원은 라 전 회장이 차명계좌의 개설과 관리를 지시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초 차명계좌에 대해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던 라 전 회장측도 이날 제재심의위원회에선 자신에 대한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라 전 회장이 직접 출석하지 않았지만, 대리인으로 참석한 변호사는 라 전 회장에 대한 혐의를 부인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행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고의로 예금거래에 대한 실명 확인 의무를 위반하고 그 행위자의 위반 금액이 3억원을 초과했을 때 임원은 업무집행정지 이상 제재를 가하도록 돼 있다.
당시 은행장이었던 라 전 회장은 업무집행정지 상당 이상의 징계를 피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금감원은 규정상 중대한 위법행위가 발견되고, 고의성까지 인정될 경우엔 해임권고 제재까지 내릴 수 있다.
일각에선 라 전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한 만큼 선처의 여지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라 전 회장을 대리해 제재심의위에 출석한 변호사는 직원들에 대해서 선처를 부탁했다는 전언이다.
본인에 대한 선처를 직접 부탁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 대표이사직을 사퇴한 라 전 회장 자신에 대한 배려를 요청하는 말로도 받아들여졌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이날 제재심의위원회에선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 개설 행위는 고의성이 짙고, 위반 정도가 크다는 점이 부각돼 중징계가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차명계좌가 밝혀지는 과정에서 금감원이 라 전 회장을 감싼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징계 수위가 올라가는데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이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엄격하게 징계수위를 결정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는 것.
한편 차명계좌에 연관된 42명의 신한은행 전.현직 임직원이 징계대상으로 통보됐지만, 이날 심의 과정에서 26명으로 축소됐다.
경징계 대상이었던 신상훈 사장도 본점 영업부장 시절 차명계좌에 관련됐다는 혐의에서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