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硏, "日지진 복구의 관건은 전력수급 회복"“물가상승은 없겠으나 당분간 원화강세 지속될 전망”
  • LG경제연구원은 23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 3월 11일 센다이 대지진과 쓰나미로 일본 경제가 정상궤도를 되찾으려면 2~3년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은 23일 ‘日대지진 경제 충격파는 어디까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일본 제조업의 피해는 물리적인 면은 적지만 동북지방과 관동지방의 전력 부족, 인프라 파괴에 따른 생산 위축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LG경제연구원은 또한 “일본 정부가 대규모 재정확대와 금융완화 정책을 통해 피해복구에 주력함에 따라 성장세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겠지만 전력 등 생산인프라의 복구에는 수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은 이어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제외한다면 엔화는 당분간 강세를 보인 이후 (통화의) 대규모 양적 완화 정책 때문에 다시 약세로 전환될 전망”이라며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국제유가도 일본의 복구 수요와 함께 다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단기적으로는 주요 수출시장에서 한국 제품이 일본 제품을 대체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향후 엔화가 약세로 돌아설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가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아시아 역내 (국가 간 산업) 분업 구조의 재편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전기전자, 석유화학 등 총체적 피해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센다이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피해를 본 동북지역의 인구는 1233만 명(2009년 기준). 일본 농업 생산량의 15%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농업지역으로 알려져 있지만 낮은 인건비 때문에 다수의 전기전자, 자동차, 석유, 화학 산업 시설도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도요타가 부품공급 차질로 일본 내 완성차 공장 전체의 가동은 중단했으며 생산 재개 시기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한다. 특히 덴소, 아이신 등 핵심부품 공장도 동북 지방에 있다 보니 도요타뿐만 아니라 혼다자동차 4개 공장, 닛산자동차 6개 공장의 가동이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다만 현재의 공장가동 중단은 제조시설파괴 때문이 아니라 전력 부족 등의 문제이므로 시간이 지나면 이번 피해를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전력 부족 문제는 전자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전자 산업 공장들은 높은 정밀도를 요구하는 첨단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여진이 지속되고 전력 공급도 원활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공장을 쉽게 재가동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평가했다. 샤프의 도치기현 LCD TV 조립 공장 가동이 중단된 상태며, 소니는 리튬이온전지, IC카드 등을 생산하는 미야기현, 후쿠시마현의 6개 공장이 침수로 가동 중단 상태라고 한다. 특히 소니케미컬이 생산하는 ACF(Anisotropic Conductive Film)는 반도체 기판을 LCD 등에 장착할 때 필요한 소재이기 때문에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전자산업에 주는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고 한다. 

    도시바도 이와테현 시스템 반도체 공장의 가동이 멈추었으며, 파나소닉의 AV 관련 2개 공장, 백색 가전 2개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히타치제작소는 이바라기현의 원자력 기기, 모터, 첨단기계 등 6개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였으나 부분적으로 가동을 재개했다. 그 외에 전자부품 업체인 TDK, 알프스전기, 무라타제작소 등에서도 생산중단이 일어났는데, 이들 공장의 재가동이 늦어질 경우 애플 등의 단말기 생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석유 산업의 경우 코스모석유 치바 공장을 비롯해 5개 공장이 가동정지 돼 심각한 석유 부족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지진 발생 이전 일본의 정유 공급능력은 20% 정도의 공급과잉 상태였으나 5개 공장의 생산능력이 122만 배럴/일(일본 생산능력의 27%) 정도에 달해 이 공장들이 정지되자 공급 차질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지진으로 화재가 발생한 동북 지방 2개, 치바 1개 정유소의 생산능력은 62만 배럴/일로, 이들은 수개월 동안 가동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머지 정유소는 단시일에 복구될 것으로 보여 기타 지역을 포함한 각 공장이 가동률을 높일 경우 공급 불안은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피해 규모가 큰 3개 정유소의 경우도 화재가 진화되고 있으며, 여진에 따른 불확실성은 있으나 10개월 정도면 복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화학 산업에서는 일본 최대 규모인 미쓰비시화학 카시마 에틸렌 유화 공장(연 83만 톤 생산)이 가동 중단되었으며, 이에 따라 협력업체인 신에츠 화학, 카네카, 카오, JSR 등 20개 공장의 가동도 중단됐다고 한다. 이들 업체에서는 화재 등의 피해는 없으나 갑작스러운 시설 정지로 파이프라인에 원재료가 남아있고 여진도 계속되고 있어 안전 점검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한다. LG경제연구원은 이로 인해 나프타 가격, 합성고무 가격 등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철강 산업의 경우 가동이 멈추었던 신일본제철의 치바현 기미즈 공장이나 JFE스틸 등의 고로가 다시 가동에 들어갔다고 한다. JFE스틸 공장에서는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으나 생산시설에 큰 손상은 없다고 한다. 

    LG경제연구원은 “이번 지진으로 일본 각 산업의 생산 활동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긴 하지만 공장에 대한 물리적 손상은 대부분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여진이 멈추고 전력 및 인프라 사정이 개선될 경우 빠른 생산 회복세를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산업 시설 조업과 피해복구의 관건, 전력수급

    하지만 문제는 전력과 인프라의 복구. LG경제연구원도 “각 산업의 공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전력 사정의 개선이 관건”이라며 “후쿠시마 원전을 비롯한 발전소의 손상으로 전력 불안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북전력의 경우 지진 직후 최대 483만 세대에 달했던 정전이 지난 14일 기준으로 84만세대로 개선되었으며, 아키타, 야마가타, 니가타의 각 지역에서는 복구가 완료됐다고 한다. 다만, 동북전력의 미야기현 원전 1~3호기가 지진 피해로 계속 멈춰 있고 정기점검 중이었던 아오모리현 1호기의 경우도 운전 재개가 불투명한 상황이 문제라고 한다. 또한 지진 피해가 컸던 태평양 연안의 화력 발전소 복구에도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이 지역 내 공장의 가동 재개와 함께 전력 부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동북전력도 도쿄전력에 이어서 전기 공급을 계획적으로 제한하는 ‘제한 송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후쿠시마 원전의 운영사인 도쿄전력도 문제다. 도쿄전력의 발전 능력은 6,448만kw(2010년 3월 기준)이지만 현재는 절반 이하인 3,100만kw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도쿄전력은 제한 송전으로 전력 소비 억제를 유도하는 한편 화력 발전소의 복구, 노후 화력 발전소의 재가동 등을 추진 중이라고. 도쿄전력은 이를 통해 5월에는 전력 생산능력을 4,100만kw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 아래 4월 말까지 제한 송전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도쿄전력의 이 같은 계산은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여름이 되면 냉방수요의 폭증으로 전력수요가 6,000만kw까지 늘어나기 때문에 전력 부족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문제다. 결국 동북지역, 관동지역에서 발생한 전력부족 상황은 앞으로 수 주 내에는 어느 정도 완화되고 한두 달 정도 후에는 크게 호전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여름철 전력 부족으로 인한 경제활동에의 차질은 앞으로 2~3년가량 계속될 것으로 LG경제연구원은 전망했다. 

    이 같은 제한송전과 전력부족은 경제손실을 초래한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은 4월까지의 제한 송전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연간 GDP의 1.04%로 추정하였다. 골드만삭스는 제한 송전 해제 이후의 성장세 확대 효과도 고려하면 경제적 손실은 연간 GDP의 0.5%로 추정하고 있다.  

    엔화는 당분간 강세 후 약세 나타낼 듯 

    엔화 가격은 현재의 초강세를 유지하다 대규모 재정지출과 이로 인한 일본재정의 취약성이 증가함에 따라 일정 기간 뒤에는 약세로 반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LG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일본의 엔화 강세는 금융시장의 위험증가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과 안전자산 선호, 그리고 일본 내에서의 자금수요 증가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전 세계로 공급되었던 투자자금들이 다시금 일본경제로 환입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LG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또한 재난발생에 따른 보험 및 재보험금 지급액이 일본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한 가지 이유라고 덧붙였다. 

    LG경제연구원은 하지만 이번 지진에서는 엔화의 약세요인이 과거보다 더욱 크다고 분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2007년 이후 ‘엔 캐리 트레이드’는 이미 상당부분 청산된 상태이며, 2009년 이후의 해외투자 순증가분은 엔화가 아니라 대부분 달러화였다는 것. 따라서 향후 일본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본격화되더라도 그 파장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엔화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일본의 재정지출과 통화방출 규모는 1995년 당시 엔화강세를 막기 위해 이루어진 외환시장 개입 규모를 큰 폭으로 상회할 것이며 아울러 달러와 엔화의 가치를 둘러싼 선진국들의 통화 및 환율정책의 향방도 이번 대지진이 국제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여겨지니 주목해야 한다고 LG경제연구원은 덧붙였다. 

    국내물가 영향 제한적…원화는 장기적으로 강세 전환할 것

    LG경제연구원은 대지진 발생 이후 엔화 강세가 지속되는 동안 원화가 하락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은 선진국 투자자금의 대표적인 원천으로 기능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신흥국 투자처 가운데 하나다 보니 미국의 민간부문 신용위험이나 유럽의 재정위험, 일본의 자연재해와 같은 위험요인이 불거질 때마다, 엔화는 해외투자자금의 회수로 인해 강세를 나타내는데 반해 원화는 위험자산으로 인식되어 강한 절하압력을 받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LG경제연구원은 이번 대지진으로 인해 증폭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도에 따라 한동안 원화는 약세 흐름을 이어가다가 강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또 이 과정에서 원-엔 환율은 급등국면 이후에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하며 높은 변동성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각국 정부와 기업의 노력으로 이번 사태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를 결국 만회하게 될 것이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번 사태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유동성 공급의 주체인 일본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점 때문에 과거의 자연재해와는 그 의미가 다르다고 분석했다. LG경제연구원은 일본 동북대지진의 여파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며, 우리에게는 부품·소재 조달난, 금융불안의 파급이라는 리스크가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은 이번 일본대지진의 리스크가 기존의 유럽재정 위기, 국제원자재 파동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모니터링하면서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아시아 역내 제조업 분업구조의 재편 방향을 지켜보면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