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채 관련 정치권 협상 조기 타결 촉구성 강해
  •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대한 강등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이미 한 차례 이상씩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무디스는 13일(현지시각) 미국을 신용등급 강등이 가능한 `부정적 관찰 대상'에 포함시켰다.

    단순 경고를 넘어 실제 신용등급을 강등할지, 말지를 검토하는 대상에 올렸다는 의미다.

    특히 국가 채무한도 증액과 재정적자 감축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협상에 큰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무디스의 발표가 이뤄져 등급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방지에 필요한 정치권의 빠른 협상 타결을 촉구하는 경고의 의미가 강하다는 분석도 있다.

    ◇계속되는 `강등' 경고

    S&P는 이미 지난 4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내렸다. 수개월 내에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신용등급 자체를 내리겠다는 의미다.

    S&P 국가신용등급 위원회 존 챔버스 의장은 지난달 말 블룸버그에 미국이 부채한도 증액에 실패하면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가장 낮은 `D'로 낮추겠다고 말했다.

    무디스는 지난달 2일 수 주일 내에 국가채무 하도 증액이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미국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 포함시켰다.

    피치 역시 지난달 8일 채무한도 문제가 시한 내에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채무한도 증액과 재정적자 감축 협상 시한인 다음 달 2일이 가까워지면서 계속 강등 경고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강등 가능성은 희박

    신용평가사의 경고에도 미국의 등급이 실제로 강등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사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무디스는 이날 발표에서 "미국이 국채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해 디폴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디폴트 우려 때문에 강등 검토 대상에 올렸다면서 디폴트 가능성은 작다고 말한 것은 강등 가능성 역시 작다는 의미다.

    피치도 지난달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 하며서 "미 의회가 결국 부채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데 합의해 디폴트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기축통화국으로 세계 경제의 심장부 역할을 해온 미국에 대해 신용등급을 강등하면 그 파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신용평가사들도 알기 때문에 신용등급 하향을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의 심각한 재정 적자를 고려하면 신용등급 강등을 완전하게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있다.

    미국의 재정 적자가 다른 트리플 A 국가들보다 상당히 나쁘고 전체 부채의 31.3%를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이런 전망의 근거다.

    `채권왕' 빌 그로스도 지난달 "미국 채무는 14조3천억 달러지만 사회보장성 비용과 구제금융까지 포함하면 거의 100조 달러에 달한다"면서 "미국의 실질적인 채무 규모는 그리스보다 안 좋다"고 밝혔다.


    ◇진전없는 채무한도 증액 협상에 대한 `경고'

    신용평가사들의 경고는 모두 미국의 채무한도 문제 때문이다.

    미국의 부채는 현재 법정 한도액인 14조2천940억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정부는 이에 따라 의회에 채무한도 증액을 요청했고 연방준비제도 예치금 동원, 특수목적 차입 중단, 정부기금 투자지출 삭감 등 비상조치로 디폴트를 간신히 막고 있다.

    이런 비상조치를 통해 버틸 수 있는 기간은 다음 달 2일까지로 알려졌다. 이 시한을 넘기면 미국은 디폴트를 할 수밖에 없다.

    미 정부는 법안 심의, 표결, 대통령 서명 등의 절차를 감안하면 협상이 이달 22일까지 타결돼야 다음 달 2일 발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치권은 협상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한은 다가오는데 협상 타결의 희망이 보이지 않자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 강등을 언급하면서 부진한 협상에 경고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재무부도 이날 무디스의 발표에 대해 "재정 긴축안에 대한 빠른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기적으로 적절하게 환기시켰다"고 반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