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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수혜가 예상된 업체의 경영진 등이 올림픽 유치를 전후해 자사주를 대거 처분한 것으로 드러나 대주주로서 주인의식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올림픽 개최지 결정 소식이 전해진 지난 7일을 전후해 해당 종목의 주가가 거의 꼭짓점을 찍었을 시기에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최대주주나 경영진이 자사주를 대거 매각했고, 이 물량을 주로 개인 투자자들이 사들였다가 막대한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 5~7일 올림픽 테마주로 꼽힌 디지털텍의 정승원 감사는 지난 5일 보유했던 자사주 23만주(2.43%)를 모두 팔았다. 주당 2천846원에 처분해 6억5천460여만원을 챙겼다.
이 업체의 주요주주인 ㈜대현하이웨이도 7일 5천900만원 상당의 주식 2만1천834주를 팔았다.
IB스포츠의 이희진 사장은 6~7일 보유 주식 10만주를 처분해 30억9천100만원을 손에 쥐었다. 이 사장의 지분율은 6.03%에서 5.52%로 줄었다.
쌍용정보통신의 최대주주인 쌍용양회공업은 지난 8일 쌍용정보통신 주식 319만7천724주(7.90%)를 장내에서 77억여원에 팔았다. 유통물량을 공급해 거래를 활성화하고 투자금을 일부 회수하려고 팔았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삼양식품의 특별관계자인 ㈜비글스는 지난 4~8일 보유주식 14만3천292주를 매각해 약 35억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종목은 모두 올림픽 유치 기대가 커질 때마다 주가가 급등해 평창테마주로 분류됐다.
디지털텍은 평창 인근 고속도로 휴게소를 소유한 것으로, 삼양식품은 대관령목장 부지 300만여㎡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스포츠 경기와 국제행사 운영시스템 구축 경험이 있는 쌍용정보통신과 스포츠 마케팅 업체인 IB스포츠도 수혜주로 꼽혔다.
이들 기업의 특수관계인들이 주식을 무더기로 처분할 시기에 개인 투자자들은 미래 가치가 과도하게 부풀려진 사실도 모르고 뛰어들었다가 막대한 손실을 봤다. 올림픽 유치 발표 직후 반짝 상승하던 대부분 평창테마주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경영진의 이런 행태에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김용식 대신증권 종목개발팀장은 "임원들의 보유 주식이 많아서 유통 물량을 늘리려고 처분한 측면도 있지만, 곧이곧대로 믿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테마로 주가가 급등했을 때 물량을 푼다면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이 약하다고 투자자들이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