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베를루스코니, 부유세·신임투표 연계 등 대책 쏟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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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3위 경제권인 이탈리아가 유로존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연정은 2013년까지 균형재정 달성을 목표로 지난달 12일 총 455억 유로(약 71조 원)에 달하는 재정감축안을 마련하고 6일 상원에 제출했다.
하원의 재정감축안 표결은 오는 20일께 실시되며, 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처럼 정부와 의회가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공식 논의 절차에 착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국채 가격은 폭락하고 있으며 국가 신용등급 하락이 가시권에 접어들었다는 관측마저 나돌고 있다.
지난 5일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의 수익률은 5.56%로 상승했고, 독일 국채(분트)와의 스프레드(수익률 차이)는 3.7% 포인트로 확대됐다. 같은 날 그리스 국채 2년물의 수익률이 50%대로 치솟고,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도 5.24%로 상승했다.
또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 6월 17일 이탈리아 신용등급(Aa2)을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려놓은 데 이어 최근 금융시장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6일 소시에테 제네랄의 이코노미스트들의 분석을 인용, 스탠더드&푸어스와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이탈리아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가시권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경제 및 재정 개선 전망이 취약하고, 시장 자금 조달 능력이 불투명하다는 것이 근거다.
이탈리아의 위기는 재정감축안 처리 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준 불안정한 리더십에서 기인한 측면이 강하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재정적자 축소와 세수 확대를 위해 고소득층에 대한 연대세(solidarity tax)를 신설하려 했다가 스스로 철회했고, 여성의 연금 수급 시기를 연기하고 지방정부에 대한 지원금을 축소하려던 방안도 노동계와 집권연정의 핵심 파트너인 우파 북부연맹의 반대에 직면해있다.
이와 관련, 이탈리아 최대 노조인 이탈리아노동연맹(CGIL)은 이날 재정감축안이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8시간 총파업에 돌입했고, 사용자단체는 탈세 규제 강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재정감축 의지가 후퇴하고, 각계의 반발을 효과적으로 조정해내지 못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린 것이다.
앞서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지난 3일 이탈리아가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국가 신인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만약 이탈리아의 재정위기가 확대되고 신용등급 하락이 현실화되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대출을 많이 해준 프랑스와 영국, 독일까지 휘말리게 된다는 점에서 그리스, 포르투갈 등과는 파급력에 있어서 차원을 달리 한다.
유럽중앙은행 수뇌부가 유로존 지도자들에게 경제 및 정치 통합을 위한 '결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차기 총재는 지난 5일 싱크탱크인 몽테뉴 연구소 주최로 파리에서 열린 회동에 참석해 "(유럽연합의) 경제 및 정치 통합을 보강하기 위한 획기적인 조치가 시급하다"며 "즉각 결단하지 않으면 시장 붕괴라는 파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드라기 총재는 또 ECB가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재정위기에 빠진 나라들의 국채를 무한정 매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의 불신이 커지고 국채 이자율이 급등하자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긴급 각료회의를 소집, 균형재정 달성을 위해 연간 소득 50만 유로 이상의 고소득층에 대해 3%의 추가소득세(부유세)를 신설하고, 부가가치세 세율을 20%에서 21%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또 연금 개혁을 시행하고 재정균형을 위한 규정을 도입하겠다며 서둘러 진화를 시도했다.
이와 함께 이번 재정감축안의 의회 통과 여부를 베를루스코니 정부에 대한 신임투표와 연계시키겠다고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이탈리아 정부가 늦게나마 쏟아낸 대책들이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지는 시장의 반응에서 확인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