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주유소등 대규모 시위 잇따라카드 은행 보험 증권업계 대책 고심
  • ▲ 지난 18일 '범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 가 열린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참가자들이 심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외치고 있다 ⓒ양호상 기자
    ▲ 지난 18일 '범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 가 열린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참가자들이 심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외치고 있다 ⓒ양호상 기자

    음식업계의 ‘카드 수수료’ 인하 목소리가 산업계 전반에 일파만파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카드업계와 은행권, 증권업계가 줄줄이 수수료 인하 조치를 발표하는 등 금융권 수수료 수술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국 음식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음식업중앙회는 지난 18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범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를 열었다. 서울과 경기도를 비롯해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 등 각 지역의 지회 업주들 7만 50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의 주장은 단순 명쾌했다. 음식점에 적용되는 높은 신용카드 수수료를 대형마트 수준으로 낮춰달라는 것이다.

    음식업중앙회는 "최근의 카드업계의 영세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 인하 움직임은 '생색내기' 에 불과하다"며 “2.6% 수준인 수수료율을 1.5%까지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재 식당에서 카드로 결제할 때 식당이 카드사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는 평균 2.65% 수준으로, 대형마트·골프장 1.5%, 할인점 1.6%, 백화점 2.0%인 것과 비교해 높다.

    이틀뒤인 20일 한국주유소협회는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전국 1500여 주유소 사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었다. 주유소 업계는 기름값의 절반에 달하는 유류세에 대한 수수료마저도 주유소가 떠안는 것은 부당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주유소협회측은 "휘발유값 2000원 중 1.5%인 30원을 신용카드 수수료로 낸다"며 "각종 세금을 뺀 정유사 공급가격 (약 1000원)만 놓고 보면 실질 수수료율이 3%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자영업자들의 반발과 정부의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카드업계는 마지못해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를 0.3%p 끌어내리는 방안을 내놓았다. 대신 포인트 제도를 폐지해 손해분을 메우려는 계획을 짜고 있다.

    카드업계는 현재 운영하는 복잡한 신용카드 포인트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회원들에게는 캐시백이나 연회비 부담 경감 등으로 혜택을 전환하기로 했다. 카드사들은 포인트제 폐지 이후 생기는 자금을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활용할 계획이다.

    눈치를 보던 시중 은행들도 자동화 기기 (ATM) 이용 수수료와 입출금·계좌이체 등과 관련된 수수료 인하 방침을 발표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 증권 유관기관들은 증권사에 부과하는 주요 거래 수수료를 올해 연말까지 면제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주식거래 수수료와 종합자산관리계좌 (CMA) 입출금 수수료 등 증권사들의 각종 수수료 인하 조치가 뒤따를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개별 카드사들로부터 가맹점 수수료율 책정 기준에 관한 내부자료를 제출받아 분석 작업에 돌입했다. 국회 지식경제위도 카드·은행·백화점등 논란을 빚고 있는 3대 업계 수수료 인하에 관한 청문회를 다음달 7일 열기로 의결했다.

    또한 통신사인 KT는 BC카드와 손을 잡고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도입해 발급, 발송, 결제 단말기 설치, 영수증 등 카드 처리 비용을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나아가 여러 건의 소액 결제를 모아 일정 금액 이상이 되면 묶어서 처리하는 결제시스템을 구축, 중소상인들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로 하는등 ‘수수료’ 문제는 한국 경제 전반에 연쇄 반응을 낳고 있다.

    한편 음식업중앙회는 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와는 별도로 2012년 종료되는 의제매입세액공제 제도의 ‘법제화’ 조치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의제매입세입공제는 음식점 종사자가 면세 품목인 농·축·수산물을 구입, 제조·가공해 판매하면 재료 구입비용의 일정비율을 매입세액으로 인정해 부가가치세를 빼주는 제도이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업주들에게 원재료 구입비 일부를 공제받는 혜택이 주어진다.

    원래 공제대상 범위는 음식업종의 경우 농산물 매입가액의 2.9%인데 오는 2012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공제율을 개인은 7.4%, 법인은 5.7%로 높인 상태다.

    이렇게 한시적으로 높아진 의제매입세입공제율을 고정시켜 달라는 것이 음식점 업주들의 요구사항이다. 지난해 음식점 주인들이 받은 의제매입세액공제액은 1조40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의제매입세액공제는 음식점이라는 특정 업종에게만 혜택을 주는 제도여서 요율을 상향 고정할 경우 조세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18일 음식점 결의대회에 참석해 “의제매입세액공제 문제는 한계점에 도달한 만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다" 며 법제화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