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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소식을 삼성이 정부 당국보다 먼저 입수했다는 사실과 다른 일부 언론보도로 인해 국회에서 의원들이 현정부를 질책하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삼성측 관계자는 20일 "우리가 내부인사를 아무리 조사해 봐도 그런 사실이 없다"며 “삼성이 조선중앙TV 발표 이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의 모 고위 임원이 18일 오후 몇몇 언론에 전화를 걸어 ‘어떤 내용이 나올 듯하냐’고 문의한 것은 19일 12시 북한측의 특별방송이 있다는 연합뉴스측의 예고기사에 따른 것일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예고 기사를 보고 이 임원이 평소 잘알고 지내는 몇몇 언론인에게 전화를 건 것은 오히려 언론으로부터 정보를 얻고싶어 한 것인데, 그게 거꾸로 보도됐다"고 어처구니 없어 했다.
삼성은 이어 하루전인 19일 오후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삼성이 김정일 사망소식을 먼저 알았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라며 "이를 최초 보도한 언론사에서도 오보임을 인정하여 기사를 삭제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뉴스통신사인 <뉴시스>는 19일 "삼성의 모 고위 임원이 18일 오후 몇몇 언론에 전화를 걸어와 '김 위원장 사망설이 있다. 그쪽 분위기는 어떠냐?'라고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오마이뉴스> 등 일부 언론사에서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전혀 낌새도 채지 못했는데 '삼성'은 알고 있었다는 식의 추측보도를 냈고, 트위터 등 SNS에서도 이런 사실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특히 SNS 공간에서는 "삼성공화국이 맞나 보네요. 어찌 한 국가가 일개 기업보다 떨어지는지", "삼성이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김정일 사망 소식을 알렸다", "삼성이 미리 알고 있었다는 기사를 삼성에서 삭제하고 있다" 등등 유언비어가 홍수를 이뤘다.
덩달아 다음날인 20일 오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삼성의 '김 위원장 사망 사전 인지설'이 도마위에 올랐다.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의 대북정보 부재가 인터넷 검색 수준이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류우익 통일부장관의 현안 보고가 신문 보도보다도 못하다"고 질타했다.
윤 의원은 또 "삼성에서는 그 전날 알았다고 한다. 언론사에 문의했다고 한다. 삼성 정보수준이 대한민국보다 낫느냐. 안타깝다" 고 비판했다.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도 "정보수집 능력은 고사하고 위기관리 능력에서도 심각한 부족함이 드러났다. 삼성의 정보력만도 못하다는 게 국민의 시각이다”며 대북관련 부서 수장들을 몰아붙였다.
이후 논란이 일자 뉴시스는 스스로 기사를 내렸다.
우리 정보당국은 물론 막강한 대북 첩보력을 자랑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등 세계 4대 강국도 사전에 김 위원장 사망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 현재의 분위기이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20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 출석, "(김 위원장의 사망을) 북한 내부는 물론 중국과 미국, 일본 등도 모른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대북 사정에 정통한 현대아산에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아산의 한 임원은 "북한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 전혀 낌새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삼성의 ‘사전 인지설’을 보도한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관계 확인을 거치지 않은 성급한 처사였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