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과정 차이…스마트폰은 소비자가 망 대가 부담
  • 스마트TV 데이터 이용을 둘러싼 공방 속에 스마트폰에는 우호적인 KT가 스마트TV에 대해서만 유독 날을 세우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1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스마트폰이 급증해 무선망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주파수 확보와 망 개선에 막대한 투자비를 집행하면서도 제조사나 운영체제(OS) 업체에 그 책임을 돌린 적은 없다.

    오히려 단말기 경쟁력을 높이려고 삼성전자 등 제조사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KT는 그러나 스마트TV 사업자로서의 삼성전자에는 "데이터 폭증으로 IT 생태계가 공멸할 수 있으니 망 이용 대가를 내라"며 지난 10일부터 5일간 스마트TV에 대한 인터넷망 접속을 차단했다.

    망에 부담을 주기는 마찬가지인 스마트폰과 스마트TV에 대해 KT가 상반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유통구조의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통신사는 스마트폰 유통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이동통신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가서 기기를 사고 이통사의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통신사는 보조금 등을 통해 스마트폰 출고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단말기를 자사 망 환경에 최적화하기 위해 망 연동 테스트를 진행하고, 제조사에 요청해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하기도 한다.

    반면 스마트TV 유통과정에서 통신사는 아무런 통제권도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한다. 소비자는 가입한 통신사에 관계없이 스마트TV를 제조사 대리점이나 대형마트, 가전제품 할인점, 인터넷 등 다양한 매장에서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다.

    KT가 스마트TV에 대해서도 스마트폰과 같은 일종의 '사전 협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바로 이런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차이를 들여다보면 KT가 데이터 종량제를 도입하거나 통신비를 올리려고 스마트TV 논쟁을 일으킨 게 아니냐는 의혹에 힘이 실리기도 한다.

    통신사는 스마트폰 구매자에게 '스마트폰 전용 요금제'에 가입하도록 해 무선 데이터 이용에 대한 대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TV 구매자에게서는 이미 가입한 인터넷 정액요금 외 추가 데이터 이용 대가를 받지 않는다.

    만약 스마트TV가 스마트폰과 같은 방식으로 판매된다면 '스마트TV 전용 요금제'가 나올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소비자가 망 이용 대가를 내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KT는 "삼성전자와의 스마트TV 협상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KT 관계자는 "스마트TV 사업자가 망 투자비 일부를 부담하거나 스마트TV에 연결된 회선당 대가를 내는 방안, 유료 애플리케이션 수익을 나누는 방안 등과 함께 유통구조를 바꾸는 것도 망 이용대가 산정 방법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KT가 스마트TV의 망 이용을 문제 삼은 의도가 무엇인지, 스마트TV 협상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예단할 수 없지만, 어느 한 쪽에만 유리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앞장서서 스마트TV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고, N스크린 등 스마트 미디어 업계가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만큼 KT와 삼성전자는 스마트TV 생태계 주도권을 두고 한 치 양보 없는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