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단계' 기상조절 대회 전까지 실용화
  • ▲ 기상청의 인공강설 실험(강릉=연합뉴스) 기상청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최적의 날씨에서 개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공 눈을 뿌리거나 비구름의 접근을 막는 기상조절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 기상청의 인공강설 실험(강릉=연합뉴스) 기상청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최적의 날씨에서 개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공 눈을 뿌리거나 비구름의 접근을 막는 기상조절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세계 겨울 스포츠 마니아의 이목이 쏠릴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 스키장 슬로프에 눈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될까. 비가 내려 그나마 쌓였던 눈마저 녹아내린다면.

    최적의 날씨에서 겨울올림픽이 열리도록 하기 위해 기상청이 인공 눈을 뿌리거나 비구름의 접근을 막는 기상조절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상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인 인공강설 기술을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까지 실용화한다는 계획이다.

    ◇"'구름씨앗' 뿌려 눈ㆍ비 마음대로" = 인공적으로 눈을 내리게 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응결핵 역할을 하는 요오드화은(AgI)이나 액체질소(LiquidN2)를 구름 속에 뿌려주면 작은 얼음입자들이 뭉쳐 눈이 내린다.

    비가 내릴 수 있는 기상조건에서는 염화칼슘(CaCl2)이 수증기를 한 데 모으는 역할을 해 인공강우가 가능하다.

    기상청은 지난 9일 오후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에 있는 구름물리선도센터에서 이런 인공강설 실험 과정을 선보였다.

    연구원들은 이날 실험에서 구름씨앗으로 쓰이는 요오드화은을 산의 경사면을 타고 부는 바람을 이용해 구름 속으로 올려보냈다.

    연료탱크가 포함된 지상연소기에 요오드화은을 넣고 태우면 기체화한 요오드화은 주위로 구름 속의 얼음입자들이 뭉치게 된다.

    항공기가 구름 속을 날며 구름씨앗이 담긴 연소탄을 폭죽처럼 쏘아대는 '항공실험'도 지상에서 약식으로 진행했다.

    이미 싸락눈이 강하게 내리고 있는 탓에 증설 효과를 눈으로 확인하기는 어려웠지만 구름물리선도센터 주변에 자욱하게 낀 안개가 일시적으로 걷히는 모습이 관측됐다.

    공항이나 고속도로 등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안개저감 기술이 인공증설과 같이 물 입자를 한 데 뭉쳐 지상으로 떨어지게 원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실험이 적어도 지상에서는 효과를 거둔 셈이다.

    ◇갈길 먼 기상조절…실험성공률 42% =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중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상조절 기술을 과시했다.

    개ㆍ폐막식 당일 비가 예상되자 인공강우 기술을 이용해 구름대가 베이징에 도착하기 전 다른 지역에 비를 뿌려버린 것이다.

    개막 전에는 악명 높은 스모그를 없애기 위해 베이징에 여러 차례 '인공 비'를 쏟기도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도 이런 기상조절이 대회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지 모른다.

    강원발전연구원에 따르면 설상 경기가 집중적으로 열릴 평창군 대관령면의 최근 10년간 2월 평균 기온은 -4도로 스키를 타기에 가장 좋다는 온도다. 평균 적설량도 37.1㎝나 된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최근 10년 동안 기온이 0.6도 올랐고 강설량은 10.8㎝ 줄었다. 2009년 2월13일에는 기온이 10.5도까지 오르면서 비가 18.5㎜나 내리는 등 2월에 눈 대신 비가 내리는 날이 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상조절 기술은 초보 수준이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9차례 실험을 한 결과 8차례 인공 눈 또는 비가 내려 42%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2010년 3월7일 진행된 실험에서는 목표지역인 용평스키장에 40분 동안 인공 눈 1㎝가 쏟아졌다. 같은해 4월23일에는 수도권 일대에서 염화칼슘을 이용한 실험을 진행해 인공 비가 1.5㎜가량 내리기도 했다.

    실패한 실험을 보면 구름의 양이 눈이나 비를 내리기에 충분하지 못했거나 극히 적은 양의 강수만 있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철규 국립기상연구소 수문기상연구팀장은 "기상조절 선진국의 경우 성공률은 65% 정도"라며 "상층 구름의 조건과 온도, 풍향, 구름씨앗의 살포량 등을 달리한 실험을 많이 해서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中 전용항공기 37대…우리나라 2016년 첫 도입 = 현재 우리나라의 기상조절 연구장비는 구름씨앗을 날려보내는 지상연소기 몇 대가 전부다.

    2007년 기준으로 전용 항공기 37대, 로켓발사기 5천223대를 보유하고 각 성(省)마다 인공강우센터가 있는 중국 등 기상선진국에 비하면 초라한 규모다.

    기상청은 기상조절과 황사ㆍ대기오염 감시 등에 쓰일 기상전용 항공기를 2016년 처음 도입할 계획이다.

    20인승 이상 규모의 이 항공기는 요오드화은을 자동으로 연소ㆍ살포하는 장치는 물론 얼음입자ㆍ강수영상 자동관측 장비를 갖춰 기상조절 연구와 실용화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현재 기상청은 항공실험을 할 때마다 소형 항공기를 수천만원에 빌리고 있다.

    이 항공기는 태풍이나 집중호우 등 해상에서 급격히 발달하는 위험기상을 감시하는 등 기상관측 사각지대를 좁히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상청은 기대했다.

    허복행 기상청 관측정책과장은 "내년에 도입 계약을 체결해 각종 첨단 기상관측 장비를 탑재하고 2016년부터 관측과 기상연구에 투입할 계획"이라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인공강설 등 기상지원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