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이정용 교수팀, 세계최초 원자단위 액체분석 기술 개발그래핀 이용, 베일 싸인 액체 속 과학현상 규명 신기원혈액 속 화학반응, 나노물질 제조 등...냉동인간 부활도
  • ▲ 이정용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왼쪽), 연구논문 제1저자인 육종민 박사(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 이정용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왼쪽), 연구논문 제1저자인 육종민 박사(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몇 백 년 전 냉동인간이 되살아나는 영화 속 상상이 현실화되는 날이 머지않았다. 국내 연구진이 액체를 원자단위까지 분석해 내는 기술을 세계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그동안 과학계는 고체를 원자단위까지 분석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액체를 원자단위까지 분석하는 것은 1932년 투과전자현미경(TEM) 개발 후 80년간 세계 과학계가 풀지 못한 숙원 중 하나였다.

    이번에 카이스트 연구진이 개발한 신기술을 활용하면 특히 그 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혈액 속 각종 화학반응과 바이러스 분석, 몸속 결석의 형성과정, 전지 내 전해질과 전극 사이의 반응, 액체 속에서 일어나는 각종 촉매반응 등을 밝혀낼 수 있어, 과학계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KAIST 신소재공학과 이정용 교수와 육종민 박사(제1저자) 연구팀은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Graphene)’ 사이에 액체를 가두는 방법을 이용, 액체를 원자 단위까지 분석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투과전자현미경은 광학현미경보다 1천배 가량 높은 성능을 갖고 있지만 고진공상태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액체의 경우 이를 고정시킬 수 없고 증발해 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더구나 액체를 고체와 같이 수백 나노미터 두께로 나눌 수도 없어 관찰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연구팀은 그래핀을 이용해 액체를 수백 나노미터 두께로 가두는데 성공했다.

    그래핀은 흑연의 표면층을 한 겹만 떼어낸 탄소나노물질로, 육각형 형태의 벌집 결정구조를 이루고 있다. 두께가 0.34nm로 지금까지 합성할 수 있는 물질 중 가장 얇고 투명해 내부 액체를 관찰하는데 용이하다.

    더구나 강도가 매우 뛰어나 투과전자현미경 작동시 나타나는 고진동 환경에서도 그래핀 사이에 가둔 액체의 증발을 막을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런 그래핀의 탁월한 구조적 특성에 착안, 투과전자현미경을 통해 액체 안에서 원자단위의 백금 결정들이 형성되고 성장하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관찰해 냈다.

    연구진이 개발한 신기술을 활용하면 그 동안 확인할 수 없었던 액체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과학현상을 원자단위로 분석할 수 있다.

    한편 이 기술을 활용하면 냉동인간을 세포 파괴없이 안전하게 해동시킬 수도 있다. 냉동인간은 해동과정에서 재결정화되면서 일어나는 세포파괴 현상이 가장 큰 난제였다. 따라서 이때 일어나는 결빙현상을 분석해 막으면 냉동인간을 부활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육종민 박사는 “그래핀 사이에 액체를 가둬 액체가 고진공에서 증발하는 것을 막았고 그래핀이 투명하기 때문에 액체 안에서 원자단위 수준의 관찰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주도한 이정용 교수는 “관찰이 불가능했던 액체 내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전자현미경을 통해 원자 단위로 관찰할 수 있어 이 분야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 교수는 “사람의 혈액 속에서 일어나는 유기물이나 무기물의 반응까지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육 박사(제1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으로 미국 UC 버클리대 알리비사토스 교수, 제틀 교수 등과 공동으로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 4월 6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