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1억명 모아준 아멕스는 전면에 나서지도 않아
  • ▲ '착한기업'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홈플러스
    ▲ '착한기업'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홈플러스


    대기업들은 비대화되고 영세상인들의 삶은 팍팍해지면서 동반성장, 상생, 나눔이 요구되고 있다.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은 이윤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의미를 넘어 글로벌 경쟁 속 ‘생존’을 위해서라도 사회공헌을 기업 활동의 중심으로 옮기는 추세다.

    ‘착한 기업’이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건 영국계 대형유통업체가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와 더불어 대형마트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홈플러스는 ‘4랑활동’이란 명칭으로 사회공헌활동을 꾸준히 한다며 홍보해온 대표적인 회사로 꼽힌다.
    ‘4랑활동’은 환경·나눔·지역·가족사랑을 한다는 의미로 지역사회의 문화예술을 보급하고 소외계층 어린이의 문화활동을 지원한다.

    이런 착한 활동이 무색하게 최근 홈플러스가 지역사회로부터 금품을 갈취해왔다는 충격적 발표가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홈플러스 경비업체는 1만원 내외의 식료품을 훔친 생계형 좀도둑들에게 많게는 300배까지 합의금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경험이 적은 20~40대 주부들을 대상으로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협박해 총 2억원을 받아 1억5천만원은 홈플러스 본사에 손실금 보전 처리를 했고, 나머지는 경비업체 직원들이 썼다고 한다.
    경찰은 건수에 따라 경비업체에 가점을 주는 홈플러스 본사의 ‘절도범 처리지침’이 불법적 행태를 부추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홈플러스는 자기반성의 모습을 보이는 대신, ‘보안 용역업체의 부작용을 관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식으로 용역 경비업체에만 책임을 전가해 여론이 더 악화됐다.

    지역주민들의 절도를 미끼로 비도덕적인 이익을 챙겼다면, 홈플러스가 그동안 누차 이야기 했던 ‘지역을 사랑하는 착한 기업’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반면 미국에선 이와 대조적으로 어느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대규모 캠페인을 벌였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사의 ‘small business Saturday(이하 골목상권을 위한 토요일) 캠페인엔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동참해 더욱 화제다.

    미국에서도 거대 프랜차이즈 업체가 지역 상권을 잠식하고 인터넷쇼핑몰 시장이 성장하면서 골목상권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마찬가지.

    추수감사절 이후 쇼핑센터들이 할인 행사를 하는 '블랙 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 날)'와 온라인업체들이 할인에 들어가는 '사이버 먼데이(추수감사절 연휴 다음 월요일)' 사이에 낀 토요일에 소비자들이 동네 가게를 이용하도록 호소하는 캠페인이다.
    골목 상점들은 아멕스 카드의 도움을 받아 페이스북, 유투브, 포스퀘어(지도서비스 사이트) 등을 연동해 홍보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구매 후기를 올리는 방식으로 연간 1억명 이상이 참여했다.

    소비자들은 가장 물건이 안 팔리는 토요일에 동네 상점을 이용하며 ‘착한 소비’를 했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끼며 후기를 SNS를 통해 공유하고 전파한다.
    2010년부터 시작한 이 켐페인에 오바마 대통령도 2년째 골목상권을 위한 토요일에 동네서점을 들러 책을 구입하고 트위터에 독려 글을 올렸다. 

    아멕스 캠페인을 고안한 광고대행사 ‘크리스핀 포터+보거스키’에 따르면, 미국 전역 소매점의 매출은 최고 160%까지 늘었다.
    미 의회는 이 날을 공식적인 기념일로 지정했다.
    이 대행사는 올해 칸 라이언즈(칸 국제광고제)에서 이 캠페인으로 그랑프리를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캠페인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시민단체도, 대학생들도, 정부도 아닌 가장 상업적인 집단이라 할 수 있는 대기업이 공익 캠페인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아멕스는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멕스 카드로 결제하는 소비자만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도, 아맥스 가맹점에게만 홍보할 기회를 준다는 조건도 달지 않았다.

    누구나 ‘착한 소비’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침체에서 벗어나고 싶은 의지가 있는 상점 이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인터넷 툴을 제공했다.

    대기업이 자신의 강력한 인적자원, 인터넷 인프라, 기술력 등을 동원해 작은 동네 상점이 자생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누가 착한 기업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사회 공헌인지 이 두 회사를 비교해 보면 한숨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