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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방법원은 3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사내하청) 노조에 '철탑농성 해제' 결정문을 전달했다.
울산지법 집행관은 이날 오후 현대차 울산공장 내 비정규직 노조 사무실에 결정문을 붙이고 울산공장 명촌정문 주차장의 철탑농성장에 결정문 내용이 적힌 간판(가로 90㎝ 세로 180㎝)을 설치했다.
이에 따라 현재 철탑농성 중인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자 최병승씨와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 천의봉 사무국장은 오는 4일부터 10일 이내에 자진해서 농성을 풀어야 한다.
자진퇴거 만료일은 오는 13일이지만 일요일이어서 하루 늦은 오는 14일까지 농성을 풀면 된다고 울산지법은 설명했다.
두 사람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법원은 실제 자진퇴거 기한 만료일인 오는 14일의 이튿날인 15일부터 14일 이내(1월28일)에 강제퇴거에 나선다. 동시에 오는 15일부터 농성자 2명에게 1인당 매일 30만원씩, 총 60만원의 간접강제금(법원의 명령을 따르지 않아 발생하는 비용)이 부과된다.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17일 사내하청의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철탑농성에 들어가 이날로 농성 79일째를 맞았다.
또 재판부는 현대차가 제기한 불법집회금지 및 업무방해 등 가처분 결정문을 이날 고시했다.
비정규직 노조는 오는 11일까지 송전철탑 주변 천막 등을 철거해야 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법원이 강제 철거한다.
김영호 집행관은 "농성을 풀지 않으면 강제퇴거 한다는 원칙에 따를 것이다"며 "다만 강제 집행 기간은 다소 유동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조는 "가처분을 통해 불법파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회사의 대법원 판결 이행이라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법원 집행관들이 가처분 결정문의 내용이 담긴 간판을 철탑 아래에 설치하자 비정규직 조합원 10여명이 "사람을 죽이려 하느냐"며 한때 소리치기도 했으나 큰 마찰은 없었다.
최병승씨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끝까지 투쟁하자"고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행관들은 농성과 불법지회 관련 결정문을 전달하기 위해 현대차 울산공장 내 비정규직 지회 사무실을 찾았으나 피신청자인 박현제 비정규직 지회장 등이 자리를 비워 직접 전달하지는 못했다.
다른 노조원에게 전달하려 했으나 노조원들이 받기를 거부해 유치송달했다.
유치송달이란 송달받을 사람을 만나지 못해 대상자의 사무원, 고용인, 동거자를 만났으나 그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송달받기를 거부할 경우, 송달할 장소에 서류를 두는 방법을 말한다.
이날 오후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울산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의 철탑농성 철거 가처분 결정 규탄한다"며 반발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울산지법은 한국전력이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와 송전철탑 농성자 2명을 상대로 제기한 퇴거단행 및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과 현대차가 제기한 불법집회금지 및 업무방해 등 가처분을 받아들였다.
당시 재판부는 "송전철탑을 무단점거해 한전이 송전 업무를 제대로 못 하고 추락사고, 정전 등 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우려가 있다. 현대차의 동의 없이 회사 주차장에서 불법집회나 시위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