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금융연구원 손상호 선임연구위원
    ▲ 한국금융연구원 손상호 선임연구위원

    서민금융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민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시장성 서민금융의 공급 활성화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밀착 및 관계형 금융의 토양을 구축해 서민에 대한 소액신용대출이 확대돼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과제는 이들 금융기관의 관행과 영업 행태를 바꾸는 일이므로 단기간에 이루어 질 수 없다.

    결국 중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추진해야 하는데, 이 기간중에 발생하는 시장실패는 정책서민금융을 통해 보완돼야 한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시장기능이 활성화돼 시장성 서민금융이 제 기능을 발휘하게 되면 정책서민금융을 통한 지원을 서서히 줄여 나가야 할 것이다.

    우선 시장에서 서민에 대한 무담보·무보증의 소액신용대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지역밀착 및 관계형 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한 로드맵부터 마련돼야 하며, 이는 과거에 추진된 단편적이고 임시방편적인 제도 개편 노력과는 달리 중장기적인 시각하에서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
    은행과 달리 서민금융기관들은 건전성 규제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상호유대 및 지역밀착 경영을 살리기 위한 지도 및 감독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지역밀착 및 관계형 금융은 일정한 지역에서 고객과 수시로 접촉하며 비재무적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신용리스크를 분석하는 일이므로 고비용구조가 동반될 수밖에 없다.
    고비용구조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들 금융기관이 타킷 고객을 명확히 구분하고 이들과 관계형 금융을 지속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신용정보의 수집 및 분석 능력이 필수적인데, 정보 수집을 위해서는 유사한 금융업종간에 정보를 집중(pooling)하고 확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정보 분석을 위해서는 고객과의 지속적인 상담 과정이 중시되는 전문가 판단모형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7등급 이하의 고객에 대한 신용분석 모델의 기본 틀을 업권별로 공동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과정이 원활히 수행되기 위해서는 민관합동으로 T/F를 구성해 지역밀착 및 관계형 금융을 시행하기 위한 대책 논의와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초기단계에서는 서민금융의 모범규준과 사례(best practice)를 널리 홍보하고, 세미나, 토론회, 관련 데이터 공시 등을 통해 이해관계자들 상호간에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는 기관에 대해 포상이나 규제 완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목표 달성이 어려운 기관은 테마검사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공동유대의식과 상호부조의 개념이 아직 남아있는 농촌지역과 직장조합, 그리고 그렇지 못한 도시지역 조합과 비조합형 금융기관의 경우에 대한 차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관계형 금융의 실천과정은 2002년 ‘금융재생프로그램’을 가동해 10년간 지속해온 일본 금융감독청의 사례가 참고가 될 것이다.

    서민의 소액신용대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서민소액신용대출권고제도’를 업종별로 차등화해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연소득 3천만원 이하이며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소액신용대출이 총 대출의 일정비율 이상이 되도록 감독기관이 권고를 하고 동 결과를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목표비율에 미달하면 경영평가시 감점을 주어 종합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반대로 초과 달성하면 예금비과세 혜택과 점포 증설 등 보상성 규제 완화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정책서민금융 자금의 일부를 출현해 ‘서민금융기관 지원기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동 기금을 이용해 서민소액신용대출 비율이 높은 서민금융기관이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 저리자금 대출 또는 자본확충 방식 등으로 지원이 가능하다.

    이와 유사한 예로는 지역금융기관을 지원하기 위한 미국의 연방기금인 지역개발금융기관기금(CDFI fund)의 사례가 있다.
    또한 취약계층에 소액신용대출과 자활 지원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대안금융기관을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해 금융·세제상 혜택을 줌으로써 시장 저변의 빈 공간을 메우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정책성 서민금융의 경우 중복 및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콘트롤 타워의 역할이 중요하므로 제도 상호간 연계체제를 고려한 통합적 운영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특히 향후 휴면예금의 활용과 추가재원 확보가 어려울 것이므로 현재 가용한 자금들을 통합한 재원을 자본금으로 전환한 뒤 서민정책금융 전담기관(가칭 ‘서민금융공사’ 또는 ‘정책서민금융기관’)을 설립하고 이 기관이 채권을 발행해 정책서민금융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통합전담기관이 설립될 경우 정책목표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기존 제도의 중복 및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서민에게 소액신용대출상품을 집중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