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피알·달바 질주, 아모레·LG생건은 정체과거 성공 공식 족쇄 … 조직 유연성·의사결정 속도가 관건K-뷰티 주도권 전통서 신흥으로 이동
  • ▲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화장품 매장을 찾은 외국인 여행객들이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화장품 매장을 찾은 외국인 여행객들이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전통 강자들은 좀처럼 웃지 못하고 있다. 화장품 수출액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신흥 기업들은 잇따라 기업공개(IPO)에 나서며 질주하고 있지만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은 실적 부진과 구조조정 압박 속에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같은 산업 안에서 온도차가 극명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8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114억달러로 전년 대비 12.3% 증가했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2024년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며 반도체와 자동차 중심이었던 수출 구조 속에서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산업의 성장성과 글로벌 확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신흥 K-뷰티 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에이피알에 이어 지난해 달바글로벌까지 증시에 안착했고 구다이글로벌·비나우 등도 잇따라 IPO를 추진 중이다.

    에이피알은 신흥 강자를 넘어 업계 판도를 재편한 상징적 존재로 떠올랐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8월6일 시가총액 8조원을 돌파하며 화장품업계 대장주 자리에 올랐다. 상장 1년6개월 만에 주가가 250% 이상 급등했고 4월만 해도 2조원대였던 시가총액은 6월 LG생활건강을, 8월에는 아모레퍼시픽까지 추월했다.

    같은 K-뷰티 산업 안에서도 전통 강자들은 실적 회복세가 더딘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LG생활건강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4조8827억원, 영업이익 2434억원을 기록했는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1%, 41.4% 감소했다. 화장품 부문만 보면 영업손실 16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애경산업 역시 3분기 누적 매출 4916억원으로 전년보다 3.2% 줄었고 영업이익은 245억원으로 43.7% 감소했다. 특히 화장품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7.2%, 61.8%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매출은 2019년 정점을 찍은 뒤 감소했지만 이후 3조~4조원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으며 영업이익 역시 2020년 급락 이후 점진적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실적 압박과 체질 개선 부담 속에서 연말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구조조정에 나섰고 이는 산업 호황 속 침체라는 역설적 풍경으로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온도차의 배경으로 공통된 구조 문제를 지목한다. 무엇보다 중국과 면세점 중심 성장 전략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과거 성공 공식이 지금은 오히려 족쇄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중국 소비 트렌드 변화와 로컬 브랜드 약진, 면세 채널 약화가 겹쳤는데도 전략 전환이 상대적으로 더뎠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온라인·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디지털 채널 대응력이 부족했다는 점까지 겹치며 신흥 브랜드 대비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신흥 K-뷰티 기업들은 빠른 제품 사이클, 명확한 타깃팅, SNS 기반 마케팅, 핵심 시장에서의 직접 성과 창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시장의 룰이 바뀌었는데 이를 따라잡는 속도에서 이미 격차가 벌어졌다는 얘기다.

    신흥 K-뷰티 기업 대표는 뉴데일리에 "대기업이 과거와 같은 브랜드 파워만으로 시장을 장악하던 시대는 사실 이미 끝났다"며 "트렌드 변화를 얼마나 빠르게 포착하고 이를 실제 상품과 마케팅으로 연결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특히 "조직 의사결정 구조가 유연한 것과 달리 대기업은 전략 전환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며 "시장 역시 이미 누가 더 빠르고 더 글로벌하며 소비자와 더 가까운가를 기준으로 판을 다시 짜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