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3%·쿠팡 18.9% … 정책자금 활용 구조 도마 위금감원, 쿠팡파이낸셜 검사 착수 … 산은 심사·사후관리 공백 도마위美 트루 렌더 소송처럼 ‘실질 대출자’ 규제 프레임 부상정책금융·핀테크·감독기관 삼각지대에서 새 규제모델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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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에서 3%대 저리 자금을 조달한 쿠팡이 계열사를 통해 최고 연 18.9% 판매자 대출 사업을 확대한 구조가 드러나며 정책금융이 플랫폼의 마진 모델을 키워줬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쿠팡파이낸셜을 대상으로 정식 검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번 사안이 단순 고금리 논란을 넘어 '한국판 트루 렌더(True Lender)' 규제 논쟁으로 번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책금융이 고금리 대출 기반 됐나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쿠팡에 시설자금 명목으로 약 4500억원을 연 3%대 금리로 제공했다. 반면 계열사 쿠팡파이낸셜은 입점 판매자를 대상으로 '판매자 성장 대출'을 연 8.9~18.9%에 공급했다. 양자의 직접적인 자금 이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정책금융이 그룹 내 유동성을 높여 고금리 대출 사업 확장의 기반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금융감독원도 해당 상품에 대한 금리 산정 방식·담보 구조·상환 방식에서 소비자보호법 위반 정황을 감지, 현장 점검을 마치고 검사 절차로 전환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해당 상품의 금리를 두고 "납득이 어려운 이자 산정"이라며 "실질적으로 갑질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금융당국이 문제 삼는 지점은 자금의 회계적 경로보다 기능적 역할에 가깝다.이는 이미 '명륜당 사태'에서도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명륜당은 산은에서 약 1270억 원을 4%대 금리로 대출받은 뒤, 이를 계열 대부업체로 흘려보내 가맹점주에게 연 12~17%의 고금리 대출을 제공한 바 있다. 당시 산은은 행정처분 이후에도 240억원을 추가로 대출해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은바 있다.금융권 관계자는 "논쟁의 핵심은 돈이 직접 흘렀느냐가 아니라, 국가가 저리로 공급한 자금이 기업의 고금리 사업 모델 강화에 기여했느냐"라며 "정책금융의 목적성과 사후 감독에 대한 질문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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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선 '트루 렌더' 규제로 선제 대응해외에서는 유사한 구조가 수년 전부터 규제 대상이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는 플랫폼이 대출을 중개하고 은행이 자금만 공급하는 형태가 확산하면서 'True Lender(실질 대출자) 규제 논쟁'이 촉발됐다. 일부 주 법원은 플랫폼을 '실질 대출자'로 인정하며 주별 고금리 규제를 적용한 판례도 남겼다. 금융법조계에서는 이를 'Funding Bank + Fintech Lending Model'로 분류하며 정책 리스크로 분석해왔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결제은행(BIS)도 연구 보고서에서 은행의 조달비용 우위가 비은행 대출 플랫폼의 금리 스프레드를 키우는 구조적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영국 FCA는 대부업체인 웅가(Wonga)의 고금리 단기 대출 시장이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자 대출 APR(연 이자율) 상한 규제를 도입했다. 중국에서는 P2P 대출 업체 이주바오(Ezubao)의 500억위안(9조원) 규모 사기 이후 플랫폼 전수조사와 등록제도로 감독이 강화됐다.국내에서는 해당 논의가 본격화된 적이 없었다. 정책자금과 사적 대출 비즈니스의 연결 관계에 대한 감독 기준이 부재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를 감안했을 때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한국판 트루 렌더 규제의 출발점'에 직면했다는 해석이다. 정보 비대칭이 큰 중소 판매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당국의 소비자보호와도 맞닿아 있다.다만, 일각에서는 한국 사례는 미국보다 규제 범위가 더 넓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트루 렌더 논쟁은 민간 금융 생태계 내부 문제였던 반면, 한국은 '정책금융+핀테크+감독'이 동시에 얽힌다는 점에서 구조가 더 복합적이라는 것. 금융당국의 검사 전환으로 제도 논의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 칼끝, 쿠팡 넘어 산업은행으로 … 정책금융 감독 전면 재정비 예고현재 금감원 조사의 초점은 쿠팡파이낸셜의 금리 산정·상환 구조 위반 여부지만, 시장의 관심은 산업은행의 책임 범위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정책금융의 사후관리 미비가 반복 논란을 불러온 만큼, 이번 사안을 계기로 ▲정책금융 심사 체계 개편 ▲목적 외 사용 방지 규정 강화 ▲자회사·계열사 대출 구조 점검 등 전반적 개선책이 검토될 것이란 관측이 높다.경제학계 한 교수는 "정책자금은 속도뿐 아니라 사용처의 질이 중요하다"며 "이번 이슈는 산업은행뿐 아니라 정책금융 전체의 가이드라인 재정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