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 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 가닥 기술경쟁 대신 '면허 나눠먹기'로 굳어질 우려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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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기술 경쟁이 아닌 컨소시엄 구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 과반 지분 구조를 전제로 한 발행 방안을 검토하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또 한 번의 '인터넷은행 시즌2'로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논의 과정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 컨소시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주요 쟁점으로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단일 은행이 아닌 복수 은행 참여를 전제로 하는 한편 은행 지분이 과반을 넘는 구조를 통해 통화 신뢰성과 금융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문제는 이 구조가 사실상 '인가를 전제로 한 컨소시엄 사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은행 한 곳이 단독으로 과반 지분을 확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최소 4~5개 은행이 참여하는 지분 연합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사업의 출발 단계부터 지분 구조와 의결권 배분을 둘러싼 이해관계 조율이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이는 과거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과정과도 닮아 있다. 당시에도 기술력이나 서비스 차별성 못지않게 주주 구성과 지배구조가 인가 여부와 이후 성장 경로를 좌우했다. 실제로 최근 제4 인뱅 추진 과정에서도 각 컨소시엄은 얼마나 많은 시중은행을 참여시킬 수 있는지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작용했다.원화 스테이블코인 역시 같은 궤적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 같은 구도 속에서 은행·증권·가상자산 거래소 간 합종연횡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빗썸, 미래에셋증권–코빗 등 이미 형성된 전략적 제휴를 중심으로, 여기에 어떤 은행이 참여하느냐가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의 출발선을 가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일각에서는 제도 설계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출발할 경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결제·송금 수단으로 성장하기보다 국내 결제망의 보완재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실제로 미국의 경우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한정하지 않고 거래소나 핀테크 기업에도 문호를 개방해 놓은 상태다. 코인베이스는 서클과 함께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를 발행·유통하고 있으며, 과거 바이낸스 역시 뉴욕주 금융당국의 감독 아래 BUSD를 운영한 바 있다. 이러한 구조가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송금 인프라로 빠르게 확장되는 토대가 됐다는 평가다.시장에서는 이미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인터넷은행 시즌2'처럼 또 한 번의 대형 인가 경쟁과 컨소시엄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제도화의 방향과 속도에 따라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금융 인프라로 도약할지, 제한적 실험에 그칠지가 갈림길에 섰다는 평가다.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중심 구조가 안정성은 담보할 수 있겠지만 초기부터 '컨소시엄 줄 세우기' 경쟁으로 흐를 경우 혁신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며 "아직 제도화가 확정되기 이전이지만 초기부터 은행 간 이해관계 조율과 지분 배분이 최대 난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