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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부 허고운 기자
오는 4월부터 중소형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자동차보험료가 2~3% 가량 인상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하이카다이렉트와 더케이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료를 2~3% 올리기로 하고 금융당국과 조율에 들어갔다.
손보사들이 4년만에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 자동차보험에서 1조원에 가까운 적자가 발생해 한계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막대한 적자로 인한 경영 위기를 감안해 보험료 인상을 허용해줄 방침이다.
손보사들이 근거로 제시한 것은 '손해율'이다. 손해율이란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서 가져간 보험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예를 들어 100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8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았다면 손해율을 80%이다.
업계에서는 적정 손해율을 77%로 보고, 80%가 넘어가면 이상 신호로 간주한다.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11회계연도 82.3%에서 2012회계연도 84%로 악화된 후, 2013년회계연도에 87%를 기록하는 등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현대하이카다이렉트의 경우 지난해 누적 손해율이 95.8%에 달했으며, 더케이손보·흥국화재·한화손보·롯데손보 등 중소형 손보사들도 모두 90%를 웃돌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보험사의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는 반응이다. 해마다 흑자를 내고 있는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은 하지 않는다는 것.
특히 손보사들이 다이렉트보험과 인터넷보험 등을 출시하며 치열한 원가경쟁을 펼치다가 이제 와서 손해율을 이유로 보험료를 인상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손해율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는 보험료를 많이 받거나, 보험금을 적게 주는 방법이 있다. 후자의 경우 늘어나는 자동차 사고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다.
보험금을 적게 줄 수 없으니 손보업계가 선택한 방법은 보험료를 많이 받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보험료 인상으로 인해 손해율이 낮아지면 과연 보험료를 다시 내려줄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보업계에서는 2014년 경기가 나아짐에 따라 교통량이 많아지고, 자동차 사고 건수 또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손보사 관계자는 "진료·정비수가 등 원가 상승도 예상돼 '별다른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작년 수준의 대규모 영업적자 발생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손보사들은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보험료 인상을 통한 적자 개선은 '미봉책(彌縫策'에 불과하다. 손보사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보험사기 근절이 '별다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보험사기는 보험사의 손해율을 높여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은 보험료를 정직하게 내고 있는 다수의 선량한 소비자만 피해를 보게 된다.
금감원이 2012년 보험사기 혐의 조사 사건 중 2013년말까지 판결이 확정된 82건에 대한 재판결과를 분석한 결과, 범죄자의 83.6%인 275명이 자동차보험과 관련돼 있었다.
자동차보험 사기 적발 금액도 지난 2010년 2290억원에서 2011년 2408억원, 2012년 2737억원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연간 보험사기로 인해 누수되는 금액은 3조4000억원에 달한다.(2010년 기준) 이는 보험회사의 연간 보험금 지급 규모인 27조4000억원의 12.4%에 해당한다. 보험사기가 한 건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자동차 보험료를 10% 이상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는 의미다.
문제는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보험사기 피의자 중 징역형은 일반사기범(45%)의 절반 수준인 22%에 불과하다. 벌금형이 51%, 집행유예가 26%로 보험사기범 10명 중 8명은 가벼운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
손보사들은 보험 사기의 피해자일 수 있지만 마냥 억울해 할 수도 없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보험사기에 직접 연루된 보험사 직원은 2008년 289명에서 2009년 625명, 2010년 810명, 2011년 921명, 2012년 1129명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손보사들이 손해율을 앞 세우며 '우는 소리'만 하기 보다는, 보험사기 근절을 위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소비자들의 믿음을 더욱 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