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로 발생 100일…1285만마리 살처분
  • ▲ 울산 울주군에서 6년 만에 AI가 발생했다.ⓒ연합뉴스
    ▲ 울산 울주군에서 6년 만에 AI가 발생했다.ⓒ연합뉴스


    26일로 국내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지 100일째가 된다.


    지금까지 살처분한 닭·오리 등 가금류는 1285만여마리로 2008년 3차 AI의 1020만마리를 넘어섰다.


    날씨가 따뜻해졌음에도 산발적 발병이 이어지면서 방역당국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6월 중순 이후에나 AI 종식 선언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발생기간과 피해 규모가 사상 최고를 기록할 전망이다.


    ◇더위에도 산발적 발병 이어져…6월 중순 이후에나 종식 선언


    더운 날씨에도 AI는 산발적 발병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충북 진천군에서 신고된 AI 의심 거위가 '고병원성'(혈청형 H5N8)으로 판정된 데 이어 24일 울산 울주군에서 6년 만에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3월10일 세종시 양계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지 41일 만에 다시 산발적으로 발병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번에 발생한 H5N8형 바이러스가 철새에 의해 국내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큰 가운데 GPS를 부착한 청둥오리 1수가 북한을 거쳐 경기 김포로 남하한 것으로 알려져 철새도래지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추가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AI는 1월17일 전북 고창 씨오리 농가에서 발생한 이후 제주를 제외한 전국으로 확산돼왔다.

     

    현재 35건의 AI 감염의심 신고가 접수됐고 전북 7, 전남 6, 충남 5, 충북 5, 경기 4, 경남 1, 세종 1, 울산 1건 등 29건이 고병원성으로 판정됐다.

     

    방역당국은 일러야 6월 중순 이후에나 AI 종식 선언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I 긴급행동지침에 따르면 최후 살처분일로부터 AI 바이러스 최대 잠복기인 21일 동안 추가 발병이 없어야 해당 지역에 대한 이동통제가 풀리고 다시 3주간 발병하지 않아야 종식 선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발생기간은 2010∼2011년의 139일을 넘어서 역대 최장 기간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1285만마리 살처분…사상 최대 피해 우려


    피해액도 2008년 3070억원을 넘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농림축산검역본부 정밀 검사결과 확진 판정을 받은 발병 건수는 29건이지만, 지역 내 최초 발생 농가 반경 10㎞ 이내의 발병농가는 신규 발병 농가로 집계하지 않아 가금류를 살처분한 피해 농가는 전국적으로 498곳에 이른다.


    울주군이 25일 위험지역인 3㎞ 이내 11개 농가 1503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하겠다고 밝혀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살처분 보상금 1240여억원을 비롯해 생계안정자금·소득안정자금 등 150억원, 초소 운영비 등 가축방역비 480억원 등 직접 피해액만 1900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긴급경영안정자금 융자를 고려하면 총 피해액은 4000억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대규모 사육 증가와 지연신고 등 피해 키워


    피해가 증가한 이유는 닭·오리 사육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살처분 농가의 평균 사육 마릿수는 과거 1∼4차 AI 때는 9400마리선이었으나 이번에는 평균 2만4900마리로 2.6배나 늘었다.


    농가와 기업이 연계해 대규모로 사육하는 경우가 늘면서 사육 규모가 커진 탓이다.


    일부 농가에서 발병을 숨기거나 늑장 신고하는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충북 음성에서는 일부 농가가 AI 감염의심신고를 하지 않아 발병농가 반경 3㎞ 이내 가금농가 31곳 중 26곳이 AI에 오염됐다. 또 AI에 걸린 오리 폐사체를 몰래 묻었다가 적발돼 고발당한 지역도 있다.


    ◇이번 AI 특이사항…H5N8형 대규모 발병 최초


    이번 AI는 과거 발병했던 H5N1형이 아닌 H5N8형으로 H5N8형이 대규모로 발병한 것은 전 세계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H5N8형은 그동안 1983년 아일랜드와 2010년 중국 장쑤(江蘇)성에서만 두 차례 발병한 것으로 확인됐을 뿐 대규모 발병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H5N8형 바이러스는 크게 '고창형'과 '부안형'으로 나뉜다. 고창형은 중국 장쑤성의 H5N8형과 장시(江西)성의 H11N9형이, 부안형은 장쑤성의 H5N8형과 중국 동부의 H5N2형이 각각 재조합된 것이다.


    이번 AI가 시작된 전북 고창의 폐사한 가창오리에서는 고창형과 부안형 바이러스가 모두 검출됐다.


    이는 이번 H5N8형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철새에 의해 국내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충남 천안 풍세면 농장에서 기르던 개에서 AI 항체가 발견된 것도 이번이 세계 최초다. 방역당국은 AI가 조류에서 포유류로 이종 간 감염된 첫 사례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