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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협회와 코엑스, 국내 주요 보석·시계 유관기관이 공동 주최한 '2014 한국주얼리페어'가 지난 27일 4일간의 막을 내렸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한국주얼리페어는 2003년 처음으로 개최돼 성장세를 유지하다 2008년을 기점으로 규모가 점점 축소되는 양상을 보여 왔고,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올해 부스에 참가한 국내 업체 대표들은 신규 해외바이어는 고사하고 기존 바이어도 급격이 줄어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한국주얼리페어가 자꾸 뒷걸음치는 기괴한 현상의 원인은 뭘까. 이 같은 사태에 국내 업체 대표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한목소리로 '제도적인 문제'를 꼬집었다. 관세, 개소세 등으로 외국 바이어들이 쉽게 들어올 수 없는 제도적인 환경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국주얼리페어는 바이어들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주얼리는 단 1원이라도 단가를 낮춰야 생존할 수 있는 경쟁이 치열한 산업이다.
이는 세계적인 홍콩주얼리쇼와 비교하면 이해가 쉬워진다. 1년에 세 번 열리는 홍콩주얼리쇼에는 참가하겠다는 업체가 줄을 잇는다. 필자도 홍콩국제주얼리쇼에 여러 번 가봤지만, 홍콩주얼리쇼는 전시장 규모를 떠나 주얼리 관련 기업들의 '축제의 마당'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세계 각국의 바이어 행렬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홍콩주얼리쇼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키워 놓은 세계 최고의 전시회로서 그만큼 성장하게 된 데에 많은 사람들은 홍콩의 무관세제도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태국, 말레이시아 등도 전시회가 진행되는 동안만큼은 무관세가 적용돼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한국은 뭔가. 참가 해외 업체는 10개도 안 되고 국내 업체도 300개를 밑돈다. 그것도 감소하는 상황이다. 부스참가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관세와 부가세가 붙어 주얼리 시장이 발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홍콩주얼리쇼를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최측은 축제 분위기는커녕 그 넓은 코엑스를 어떻게 채울까 고민하기 바빴을 것이다. 이에 더해 '학생들만 많다'는 지적도 일었다. 부스참가한 수출업체 한 관계자는 "이렇게 학생들만 보고 오는 전시가 될 바에야 전시회 자체를 없애는 게 낫다"라고 볼멘 목소리를 내놨다. -
사실 학생들은 상업성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업체한테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업계를 짊어지고 가는 예비 업계인들로서 전시회를 통해 경험을 쌓아나가야 하기에 줄지어 방문해도 감수해야 하는 부분만큼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만큼 업계가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는 것에 또 한번 씁쓸함이 밀려온다.
전시회가 끝나면 이런저런 평을 했던 것을 지나 이젠 국내 유일의 국제 전시회의 존망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한국주얼리페어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할 때다. 전시회 대형화를 위해, 미래 주얼리산업을 위해 세재 개선과 참여지원 확대 등 정부의 제도와 행정이 뒷받침 돼야만 한다. 다양한 주얼리관련 정보를 한자리에서 접할 수 있는 '국내 유일 장소'에 만족하기엔 한국주얼리페어가 너무나 위험에 빠져 있다.